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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촌 - 이환경감독

P.하루 2020. 12. 2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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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 이환경

 <이웃사촌> 김대중 대통령의 가택연금 사건을 모티브로 각색한 작품이다. 혹자는 '운동권 미화 영화'라는 표현까지 쓰기도 했지만, 국뽕(?) 영화의 플롯을 그. 대.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에서는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한국 현대사의 암울했던 시기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오달수'의 복귀작 이기도 하고, 그 외 쟁쟁한 출연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뭐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저 각자의 취향 차이기 때문에 달리 할 말은 없다.

영화 - 이웃사촌

  • 감시당하는 삶

  작품 중 '이의식' 의원은 반정부 인물로 낙인찍혀 자택에 갇혀 살다 시피하는 가택연금상태로 사는 모습이 나온다. 더군다나 옆집에는 '유대권'이라는 감 첨 요원을 '이웃사촌'으로 두고 있다. 차라리 모른다면 다행이겠지만, 나와 내 가족의 일상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다 들리거나 보이고 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일 것 같다. 더욱이 그 주체가 국가였으니 해결할 수 조차도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막막할 것만 같다. 나였다면 아마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계기를 만들던가, 그냥 사생결단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내 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고독하고 외로운 삶. 그 것을 견딘다는 것은 정말인지 생각하기도 싫다. 하나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관심으로 이뤄진 감옥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식적인 부분만을 챙기면서 정작 서로에게 관심조차 없는 삶. 다른 형태의 고립된 삶을 개인주의라는 이름 아래 모두에게 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인간 악의의 끝

 '빨갱이' 마법과도 같은 단어였다. 그 한마디 말이면 모두가 벌벌 떨 수밖에 없었고, 죄 없는 사람도 천하의 대역죄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단어. 권력을 얻은 자들은 무자비했다. 아니 끝까지 악할 수 있는 인간들만 권력을 쥘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 악의를 무차별적으로 발산하는 몇몇 이들,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문제는 이전보다도 순수한 악의를 지닌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주변에 어떤 피해를 입히고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이들. 우리 사회의 각박함은 '악의'가 만연하여, '선의'를 움츠러들게 만든 데 있지 않나 싶다.

영화 - 이웃사촌

  • 개인과 집단

앞서 언급한 인간의 '악의'는 개인보다는 집단에서 보다 쉽게 발생한다. 아무래도 집단의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면서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피해이며, 그로 인해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행동의 당위성을 확보하여 보다 나쁜 짓도 서슴없이 일어나곤 한다. 역사 혹은 작품에서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반인륜적인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행하여지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울 것이다. 도덕이나 양심의 방해를 받게 되어 머뭇거리게 될 수 있지만, 그게 두 번째가 되고 세 번째가 되는 순간부터는 아무런 죄의식 조차 남지 않는다. 자신들이 옳았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스스로가 속한 집단 혹은 조직은 항상 옳아야한다. 왜냐면 자신이 그곳에 속했고, 또 조직의 명령 또는 조직의 공동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을 수행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 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그 일 자체는 옳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설령 옳지 않은 일이더라도, 그들 자체가 그렇게 믿으면 해결된다. 그렇기에 집단으로 행해지는 일이 더 악질인 경우가 많다.

영화 - 이웃사촌

  • 용서

작품 중 '의식' 은 '대권'을 용서하고, 어쩔 수 없지 않았나라며 위로해준다. 이에 감명 받은 '대권'은 자신도 큰 뜻을 위해 소신행동을 하고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되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나였다면 절대 불가능할만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이 두 분이 정말 대단한 부분이 자신들의 정적, 자신들을 해하려 했던 이들을 용서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상상도 못 할만한 일인데, 두 분은 이 같은 일을 해내셨다. 물론 솔직한 심정으로는 몇몇은 용서하지 말고 엄벌을 내려서, 지금까지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자 바람일 뿐이고, 두 분이 행하신 용서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물론 이 금 수놈들이 기어이 계속 일을 저지르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도 언젠가 마음이 좀 더 넓어지고, 지난 일은 그저 웃으며 흘러 넘길 수 있게 된다면 두 분처럼 주변을 순수한 마음으로 용서해보고 싶다.

 

  • 운동권 세대

어찌 보면 제일 많이 까인 부분이기도 한 '운동권 미화'와 관련된 이야기. 솔직히 나도 보기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의 시위와 변혁을 향한 외침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적극적으로 사회를 바꾸어놓은 사람 외에 숨죽여 사회의 기득권의 그늘 밑으로 숨어들어 간 이들 또한 많았다. 먹고살기 위한 선택이었기에 그것까지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들은 어떠한가. 욕심과 아집만 남은 그저 '꼰대' 일 뿐이다. 회사에서 소리치고, 가정에서 홀대받는 그저 그런 ATM에 불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숨긴 채 변혁을 이끌어온 그 세대의 이름 뒤에 숨어 아직까지도 사회에 기생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또 그 당시 격렬한 운동을 했던 이들도,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동료들을 팔아치우고 지금은 그들의 혐오했던 권력자들의 나팔수가 되어 소리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더군다나, 그 당시 운동권들이 정권교체 이후 새로운 권력층으로 발돋움했다. 잃을게 생겨버린 이들은 초심을 잃었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남녀 간의 분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그저 조용히 그렇게 조용히 어영부영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퇴물이 되어버린 자들을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그 시절의 고충과 고난을 모른다. 그래서 그 역사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반대로 당신들은 현시대의 고충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찬란했던 과거를 얘기하며 우리 힘으로 극복하라 말한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당신들에게 나는 정말로 묻고 싶다.

 

뻔-한 스토리였지만,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우리는 분열의 시대를 헤쳐가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은 해체되고 변화하고 있다. 다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이 그 변화를 자각하지 못한 체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가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휩싸여 분열하고 분노하고, 다투기에 급급했다. 이젠 보다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변혁의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있다.

"식사는 하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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