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즌 - 나현감독
세상을 움직이는 지하의 제국 감옥. 영화 <프리즌> 은 감옥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지만,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는 일들로 보인다. 작품의 플롯은 어느 정도 뻔한 클리셰를 따르는 편이지만, 참신한 발상을 통해 비슷한 사건이라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달라졌기에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한석규의 원래 연기 스타일이 어떤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뭔가 개그맨들이 성대모사했던 그 뉘앙스랑 거의 비슷해서 혼자 웃으면서 보게 되기도 했다. 뭐 솔직한 평으로는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좋은 소재들을 가지고도 아쉬움이 한가득 남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교도소 어벤져스
교도소를 비롯한 사회의 부패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고담시티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일이 일어나는 것도 다소 어이없지만, 참신한 소재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오션스 시리즈에서도 일단은 밖에 나와있는 범죄자들이 사건을 일으키는데 반해, <프리즌>에서는 모두 현역들이다. 범죄를 일으키는 데 있어서 이상적인 구성원이아닌가? 심지어 수감되어있는 자들이기에 쉽게 용의선상에조차 오르지 않을것이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끔찍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범죄자의 종류
작품에는 두 종류의 범죄자가 존재한다. 원래 죄를 짓고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자들 특히 이들은 갱생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다시 두 종류로 구분하자면 엘리트 범죄와 잡법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흔히 엘리트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감옥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대우를 받는다는 건 아이러니 하지만, 정의가 부재한 능력주의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교도소장과 같이 공권력을 지닌 채로 범죄를 묵인하는 최악의 부류가 있다. 뭐 다들 나쁜 놈이라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권력을 무기 삼아 범법을 저지르는 이들이 최악의 범죄자들이 아닌가 싶다.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은 과연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사회는 공권력이 조금 더 썩어있는 사회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는 듯하다. 권력은 그들로부터 나오기에..
- 감옥의 기능
감옥의 기능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격리시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세금으로 살려두기도 아까운 인간말종들이 세상에 판을 치지만, 혹시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긴, 한국 사법부를 보자면 가장 정의로워야 하는 사람들이 권력에 흠뻑 취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어쩌면 자신들의 노후(?) 대비를 위해 만들어놓은 안전장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각 범죄자들은 과연 교정이 가능할까? 내가 봐온 사람들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범죄자들의 군상들을 보자면 90% 이상은 교정 자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자신의 옥살이를 억울해만 하며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자기 위안을 삼는 행태를 흔히 지켜볼 수 있었다.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한다면 쉽지 않지만, 보다 처벌의 강도가 강해져서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게 뜸한 것이 최선인 듯하고,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감옥에서 철저한 죄의 재검증과 함께 확실하다면, 출소를 위한 희망고문으로 천천히 범죄자들의 삶을 옥죄여가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자유를 뺏은 이가, 그 자신은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거듭 말하지만 소재의 참신함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요즘에는 이유 있는 빌런이라는 것이 더 인기를 끄는 듯하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정익호 (한석규)는 캐릭터성이 빈약하고, 주인공인 송유 건은 너무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가는 느낌이라 결말이 예상되는 그런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도와 범죄 그리고 감옥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