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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포 - 제바스티안 피체크

P.하루 2022. 1. 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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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정말 오랫만에 책을 피고 읽게 된 작품. <소포>라는 제목만으로는 도통 내용이 예상되지 않아서 흥미로웠다. 읽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정신병이 메인소재로 등장하다보니 인물에 대해서 정확한 구분을 하기 조금 어려웠다. 뭐 어찌됐건, 결말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독자들의 뒷통수가 얼얼하도록 하는것이 작가의 목적이였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벼운 충격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에서 놀아나는 느낌이 적잖이 드는 작품이지만 또 그게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 만큼 서사가 깔끔하게 느껴지는 작품. 
 
  • 아동학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질 줄 모르는 아동학대이다. 뭐 사실 엠마의 경우에는 좀 다른 경향을 보이긴하지만, 그녀가 아동기에 정서적으로 얼마나 학대를 받았는지는 잘 알 수있다. 다양한 매체에서 아동기에 겪는 좋지 못한 상황이 그 아동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음을 알렸음에도, 여전히 아동학대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물론 소설에서 사용되는 단골 소재이기는 하다.) 결국 엠마의 좋지 못한 유년기에 대한 기억은 그녀를 천천히 잠식시키고, 결국 항상 정서적 불안정에 노출되어있는 상황을 유발시키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숱하게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야, 나의 과거를 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든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 정신병에 걸린 정신의학자
 어떻게 빠져나올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익혔던 지식들이 되려 자신을 심연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게 되는 경우. 그 자신은 어떤 방법으로 그 심연을 탈출 할 수 있을까? 상황에 이입해봐도 막막함이 앞선다. 이런 부분이 나로 하여금 더욱 조마조마한 상황과 극한의 몰입감을 유발시켰던 부분이 아닐까 한다. 결국 지식과 이성은 완전하지 않고, 감정과 본능적 직감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보통 사람이 살면서 그런 환경에 극단적으로 노출될 경험이 얼마나 있겠냐 만은, 간접적으로나마 꽤나 재밌는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 사랑의 기준
 보는이에 따라서는 혐오스러울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콘라트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 일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설정상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그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까지 이끌어 냈다면 문제 될 것 없지 않았을까? 물론 결말이야 처참히 나쁘게 끝났지만 그가 도덕과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조금의 기회는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 소설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전개였겠지만, 어찌되었건 사랑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 할 수 있고, 또 그 사랑이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에 목 메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가에게 농락당했단 생각이 꽤나 든 작품이었다. 그 만큼 나만의 예측을 끊임없이 바꾸었지만, 다소 맥빠지는, 또 뜬금없는 결말이 인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신병리적 부분에 보다 집중한 결말이 더 재밌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가서 후다닥 이야기를 진행하고 '사실은 이랬는데요' 하는 느낌이 들어 당황스럽긴 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 나름대로 배울 점이 많아서 만족스러운 감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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