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 & 단상
[필사] 초 한대 - 윤동주
P.하루
2020. 10. 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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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한대——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光明의 祭壇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祭物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生命인 心志까지
白玉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려 버린다.
그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暗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祭物의 偉大한 香내를 맛보노라.
'초'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을 이롭 게하는 개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주변을 밝혀주는 그런 이타적인 속성을 지녔다. 스스로를 태우는 것이 고통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 고통을 승화시켜 즐기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어둠이 잦아드는 조용한 방 안에서 초 한대를 태우면서, 불꽃의 춤사위를 보며 그 향취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요즘으로 보면 '불멍'이라고 볼 수 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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