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엘런 플레쳐 - Welcome to my studio

P.하루 2020. 10.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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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회관 - 엘런 플레쳐 회고전

 역시나, 나는 사람 이름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의 디자인은 꽤나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상업용 디자인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디자인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을 듯하다. 상업/비즈니스용 e-mail 양식, 초대장, 소개서 등등 많은 양식들의 기준 디자인을 정립하여, 이제는 너무도 당연히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들의 아버지임을 관람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었다. 

 

* 첫 디자인

 내가 기억하는 디자인의 첫 이미지는 표어/포스터 였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미적 감각이 턱없이 부족하다 (감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해 '똥 손'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미지는 선명한데,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니 너무 어려웠고, 스스로가 한심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기억하는 미술시간은 늘 죽상에 혼나기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놀랍게도 그 당시 표어/포스터의 정석적인 글 디자인이 결국 앨런 플레쳐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있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마 시간이 더 지난 후에도 그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 많은 디자인들이 계속 생겨날 듯하다.

앨런 플레쳐 회고전

 

* 삶을 디자인하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가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것의 연속 일지도 모르겠다. 그 방식은 외형일 수도 아니면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각자의 삶이라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물론 이는 몹시 유동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많은 뜻이 내포되어있지만 우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큰 골격을 잘 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미술로 치면 데생() 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인생'이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단지 이미 그려져 있는 부모님이 그린 윤곽선 위를 따라 덧 칠하기만 하는 듯하다. '나의 인생'을 사는 주체는 바로 '나' 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그리는 사람은 역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단지 아직은 서투를 뿐. 처음이니까.

앨런 플레쳐 회고전

 

* 명암

  사실 빛보다는 어둠을, 낮보다는 밤을 좋아한다. 그렇다 나는 다소 어두운 성격이긴 하다. 그럼에도 혼자 있는 것은 또 두려워했던 것 같다. 뭔가 상반되는 이미지지만 뭐 그랬다. 어릴 때 굳이 정의의 편과 악당을 꼭 갈라놓고 정의가 승리하는 걸 보여주지 않는가? 그런 이미지가 빛=정의 , 어둠=악함으로 고정적으로 굳어진 부분도 적잖이 있는듯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어둠이 좋았다. 그래서 악당들을 측은히 여기고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었다. 물론 아무렇지 않게 남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악'이 된 이유조차도 납득되지 않는 그런 녀석들 빼고 말이다. 

  어둠은 만물의 근원이며, 빛은 어둠에 저항하는 힘이다. 결국 어둠이 있기에 빛이 필요하고, 또 강렬한 빛은 다시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빛과 어둠, 어둠과 빛 그 무한한 소용돌이 속에 우리는 살아가는 듯 하다. 나는 거대한 어둠을 작게 비추는 빛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어둠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당신이 아무리 나를 어둠으로 감싸려 해도 이렇게 나는 작게나마 계속 빛날 것이다'

 

 사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시 시각적 요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무언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빠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외형적 자기 관리를 소홀히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보며, 조금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언제나 말은 쉽기 마련이지만, 지금 바로 운동이라도 하러 다녀와야겠다.

앨런 플레쳐 회고전

"Design is not a thing you do, 
it's a way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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