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에세이’라는 장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책과의 소통 그리고 대화를 중요시하는 편이어서 ‘에세이’는 그저 지적 허영을 뽐내고자 하는 저자의 꼰대 짓 모음집으로 치부하고 있기에 큰 기대 없이 책을 펼쳤었다. 하지만 왠 걸 작품을 읽어보니 저자의 견해와 평소 내가 생각해왔던 부분들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고,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표현하고 싶어 했던 부분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한 층 더 세련되고 멋진 표현으로 다듬어 내었다. 평소 내가 쓰는 표현이 저잣거리의 투박한 ‘호객행위’라고 한다면, 저자의 표현은 저명한 셰프의 코스요리에 곁들여지는 ‘해설’ 같은 표현이랄까.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곱씹어 보게 되는 훌륭한 작품이었고, 나 자신의 이정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