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뮤지컬] 캣츠 : CATS - 세종문화회관

P.하루 2021. 2. 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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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S :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한 작품인 <CATS>의 40주년 기념 내한공연.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달리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다만 확실히 취향을 좀 타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서사를 좀 보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 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뭐 그래도 밝고, 경쾌하고, 긍정적인 기운은 많이 느껴볼 수 있었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Memory' 하나만 기억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그것 하나 남아버렸다. '명성황후'를 보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타이틀곡이 될만한 메인 넘버 하나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서, 한 곡으로도 충분히 웅장 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곡들도 정확히 아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좋은 노래들은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고,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ATS

  • 젤리클 

 처음에는 젤리클이라길래 도대체 뭐길래? 하는 생각을 하며 감상했다, 나중에 보니 그냥 칭호? 종족? 같은 집단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사실상 별 의미 없는 것이다.) 그와 함께 막 자기소개들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날 때까지 하는 게 캣츠의 주된 이야기 흐름이다. 별 의미 없는 내용인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다양성의 존중과 집단속에서 개개인이 각자의 특색으로 빛을 발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보통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그러한 일은 자신들만의 사회를 꾸리면서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젤리클 캣들이 어떻게 즐기며(?) 지내지를 노래와 함께 즐기는 것이 바람직한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 올드 듀터러노미

 가장 나이 많은 현자 고양이. 무리의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며 젤리클들을 이끌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고 현명하다는 설정이다. 딱히 별다른 건 없었지만, 덩치가 몹시 큰 편이라 고양이 같게는 안 느껴졌다. 인터미션 중에 혼자 무대에 남아 관객들과 소통하는 부분이 꽤나 귀엽고 재밌었다.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많아서 연륜을 바탕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이를 우리 인간사회에 적용해보면, 이제 우리 사회가 너무 급변하다 보니 더 이상 연륜=경험, 지식인, 존경할만한 것이라는 인식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물론 연장자로서의 대우를 해주고야 싶지만, 막상 요즘 길에서 보이는 노인들을 보자면 저분들을 사회의 어른으로 대우해주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뜸한 노인네들이 많이 보인다. 버릇없고 예의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사회의 규칙과 통제에서 벗어나 진상중의 진상들이 되어버린 대다수의 노인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진다. (여기서 말하는 노인이라 함은, 악성 민원인, 무질서함, 통제불능, 항상 만취해있음, 주위에 대한 배려 없음, 꼰대질 등등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더욱이 요즘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들의 겪은 사회와 우리가 겪는 사회는 크게 변모하여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이 현재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모두가 아우러져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체는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뭐든 함께하려면 상호작용이 있어야만 지속될 수 있다. 

 

  • 그리자벨라

 작품의 실질적인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고양이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신나게 웃고 떠들고 하는 동안에 혼자서 계속 소외받으며 짠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에 화려했었던 모습을 조금씩 엿볼 수 있으나, 현재는 그저 홀로 쓸쓸함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녀가 캣츠의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Memory'를 부를 때, 그 절절함이 가슴 깊이 새겨져 나도 모르게 나의 아름다웠던 날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Memory' 곡 자체에 아름다웠던 시간들 회상 - 현재 그에 대비되는 쓸쓸함, 외로움 -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서 살아가자 라는 서사를 모두 갖추고 있기에 쓸쓸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긍정적인 마음이 일렁이는 듯하다. 그녀의 삶 자체라고 해봐도 좋을 정도로 이 넘버에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하다. 
 다른 측면을 보자면, 고양이들 조차 쓸쓸하고 외로운 그녀를 (왜 그리자벨라가 따돌림을 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묘사되지 않았다.) 결국에는 무리의 구성원으로 다시 받아들이는데 반해, 우리 인간들은 얼마나 서로를 배척하기만 하는지, 다소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또 그만큼 마음이 따듯해지게끔 하기도 한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CATS 무대

  • 주요 넘버
    - Jellicle Song
    - Memory

 

CATS : 커튼콜

 난데없는 고양이들의 등장과 갑작스러운 전개, 그리고 부족한 개연성 등이 물음표를 자아내게 했으나, 사실 뭐 그런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닌 작품으로 보인다. 고양이들의 사회를 보면서 우리는 그들로부터 그들의 인간다운 면모를 배우고 느껴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편안히 젤리클들의 재롱잔치를 구경하는 마음으로 본 세기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장면 또한 나의 'Memory'가 되어 두고두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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