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연극] 올모스트 메인 - 대학로TOM

P.하루 2021. 2. 24. 18:45
반응형

올모스트 메인 - 대학로 TOM

 존 카리아나의 희곡 <올모스트 메인>을 원작으로 하는 '극단 소년'의 작품 대학로 TOM에서 상연되었다. 그룹 블랙비의 피오(표지훈)가 메인으로 출연하여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나는 끝까지 누군지도 못 알아보고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다. 무대인사까지 다 봤는데..)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여러 연인, 커플들의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소극장 규모이다 보니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까지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소위 말하는 연덕(?) 분들과 아이돌 팬분들의 저력(?)을 볼 수 있어 신기하긴 했지만, 살짝 질려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 그래도 오랜만에 그런 열광의 현장 속에서 관객이자 관객으로서 느낌 그 분위기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올모스트 메인

  • Prologue

 "가까워질수록 멀어져 간다" 뭔 바보 같은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상황이면의 메시지를 생각해보니,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으로부터 시작된 부분이 다시 그들을 멀어지게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썸 관계에서 오는 풋풋한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흐뭇해지는 장면이었다.

 

  • Her heart

 남편의 외도와 그 일련의 결말로 인해 상처 받은 여인이 낯선 남자의 배려와 이해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장을 보여주는 내용. 오로라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 줬다. 너무 맥락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이 와 닿지는 않았지만, 때론 운명은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도 있고 언제 어떻게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외국인들의 정서를 완전히 현지화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아, 다소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원래 사람 인생이란 게 그런 거라는 생각을 하니 납득은 갔다. 

 

  • This hurts

 무통증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아프면서 안 아픈척해야 하니까 꽤나 연기하기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 대학로 연극의 묘미는 이런 것 같다. 배역으로서의 연기와 그것을 직접 연기하는 배우와의 상황적으로 발생하는 간극의 부조화. 그곳에서 우리는 유머를 느낄 수 있는 듯하다. 하기에 따라 능청스럽게 더 웃길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절제되어있어서 오히려 아쉬웠다(?) 

 

  • Sad and Glad

 옛 연인과의 재회 그리고 그녀의 결혼 소식.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은듯하다. 결국 슬픔에서 기쁨으로, 다시 기쁨에서 슬픔으로, 결국엔 다시 기쁨으로 돌아가는 건, 매 순간마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지만, 또 그게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다르다는 것. 이도 저도 아닌 것보단 스스로의 감정 하나하나를 확실히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작품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소회이지만. 

 

  • Getting it back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눈살 찌푸려지는 에피소드였다. 물론 남자가 무신경하고, 둔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여자는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느낌. 또 금방 풀리긴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얘기했다면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주변의 이야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은듯하고, 그 스트레스를 상대에게 푸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뭐 좋으니까 감수하고 살아가겠지만, 조금만 더 솔직하면 이상한데 힘 빼지 않고서 서로가 더 좋을 수 있는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막상 연애라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되면 항상 달라지는 법인 듯하다. 

 

  • They Fell

 과하게 개방적이랄지.. 다소 받아들이기 어렵고 난해 하 긴 했다. 뭐 물론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만 잘못 표현해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남자들의 이야기였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 그 기류랑 무관하게, 서로의 불행을 자랑(?)하는 것은 꽤나 빈번히 생기는 듯하다. 나도 딱히 뭔가 동정받고 싶은 건 아닌데, 내 처지가 힘들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들 기도 한다. 뭐 남들이 뭐라 생각하건 뭐가 중요하겠나, 결국 내가 좋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것임을. 

 

  • Where it went

 'Getting it back'의 연인의 결혼 이후를 보는 듯했다. 남녀의 사고방식의 차이로 발생한 문제로 결국 둘의 관계가 파탄 나는 지경에 이름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리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 봐도 힘든 일인 것 같다. 뭐 남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자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기분이 나빴고, 어떤 일 때문이다.라고 확실히 말해줬으면 남자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았을지도 모른다. 저 이야기가 단 하루의 일이 아닌, 오랫동안 쌓인 감정의 굴곡이 결국 터져 나오는 결과로 보이기에, 서로 의사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뭐 결국 이러나저러나 남자가 져주는 게 편하다고 다들 말하니.. 져주는 건지 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지혜를 잘 받아들이는 게 나을 듯하다. 

 

  • Story of Hope

 미래를 약속하자는 남자의 꿈과 미래를 짓밟고 홀연히 사라졌던 여자가, 다시 돌아와서 하소연하듯 진행되는 이야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를 떠나서, 사람대 사람으로 꼭 지켜야 할 예의가 있음에도, 그런 걸 무시하고 염치없이 자신의 후회를 정리하고 싶다는 것을 핑계 삼아 과거를 되돌리려고 하는 행태가 참 보기 싫었다. 뭐 둘의 이야기니까 삼자가 뭐라 하기는 그렇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된 결과를 합리화하려 하는 듯한 태도가 보여서 참 보기 불편한 내용이었다. 자신이 당했을 때 용서할 수 없을 일이라면, 타인에게도 행해져는 안된다. 그게 사람 간의 관계에서 기본 예의이다. 하지만, 세상엔 예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그래서 난 늘 화가 나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뀌지 않을 이 사람들 때문에.  

 

  • Seeing the Thing

 가장 보기 좋던 커플이었다.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관계.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 느낌을 잘 살린듯하다. 더욱이 작품 중 여자 배역처럼 털털하고 보이시한 매력이 있는 분이라면 더 그렇게 느껴질 듯하다. 확실히 말해주길 기다리면서 애써 외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 그냥 빨리 말해버려!"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썩 재미있었다. 

올모스트 메인 - 커튼콜 & 무대인사

 커튼콜이 끝나고, 무대인사라고 누군가 나와서 말을 했는데, 그게 아이돌 출신 배우일 줄은 몰랐다. 더 찾아보니 '워크맨' 에도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사실도 있었고, 이래저래 유명세를 많이 태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그대로도 좋았는데 과한 홍보(?)라던가, 팬분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과한 열정(?)들이 나로서는 살짝 버거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꽁냥대는 남녀의 이야기를 보니 괜스레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대학로 연극은 그 나름의 색다른 맛이 있다. 다소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이야기들 이겠지만, 당장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설렘과 행복감을 느끼기에 좋은 듯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