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립극단의 공연 <접점 a point of CONTACT>. 김지용 예술감독의 작품으로 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한 시대 속에서 관계와 가족의 정의를 새롭게 다루고 있는 작품. 전작 <갈매기>에서 선보였던 원형무대를 좀 더 확장시켜 중극장 전체를 세분화된 여러 개의 무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옴니버스 식의 짤막한 이야기로 각 장면이 별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순간,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깨닫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상연되는 횟수가 많지는 않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겪는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하게끔 해주었고,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는 교훈적인 부분을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태양광발전 그리고 우주
작품 설정상 환경협약에 따라 태양광 발전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으로 시작되지만, 살짝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아쉬웠다. 뭐 이쪽 분야에 대해서 능통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미래기술' 하나로 퉁쳐버리기엔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주라는 모두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을 연출하기에 부득이 차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에서 혼자 고립된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인간은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나라면 그냥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설정 덕분에라도, 작품 전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을 잘 연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이런 것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하나둘 챙겨놓고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앞선다.
- 과거는 과거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가장 멋진(?) 배우분이 연기한 교수배역의 대사가 인상 깊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혼한 전 부인과 새로운 연인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연인을 위한 말이었는데, 과거는 과거에서 끝난 것이라고, 전 부인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감정의 파편이 남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거는 과거에서 끝난 이야기이다. 현재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옆에 있는 당신이라는 것. 물론 나는 지금 새로운 시작을 하지는 못했지만, 살포시 과거에 얽매여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내게 진심으로 와 닿는 말이었다. 과거는 과거의 기억으로 그 시간에 머물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한다고. 머리로는 아는 내용이었지만 멋들어진 대사로 표현된 그 말은 내 마음속 무언가를 자극한 듯하다. 이제 새롭게 나아갈 때인 듯하다.
- 후회할 짓
사람들은 후회할 짓을 참으로 많이도 한다. 대부분 그러한 상황에와서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아니 어쩌면 지금에라도 돌이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불편한 상황과 진실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 겁날 뿐.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그리고 친구에게도, 우리는 많은 실수를 하고, 또 그 결과에 대해서 후회하기도 한다. 자존심 때문에, 돈 때문에,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 보지만, 사실은 이미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대로 머무른 것은 자기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물론 나도 후회할 짓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매몰되지 않는다. 나는 과거였 건 지금에 왔건 어차피 스스로 확고한 생각대로 살아왔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인연이 이어져갈 소중한 사람들에게 후회할 짓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 결국 사랑
사랑이라는 것은 절대 이길 수 없는 필살기와도 같은 것이다. 말이 전혀 되지 않을 상황 그리고 이야기 일지라도 '사랑'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면책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표현을 좀 별스럽게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상은 연인, 친구, 가족 등 모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보다 애정을 쏟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그 모든 과정과 그 모든 아픔도 사랑으로 치유하고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쩌면 낯 간지러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삶의 목적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지금 옆에 함께하는 사람에게 감사하라.
사실 큰 기대없이 본 작품이었지만, 감상한 후 만족도는 그 어느 공연보다 높았다고 느껴진다. 최신 트렌드가 반영되었고, 배우분들의 연기 또한 나름대로 커다란 극장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전달력과 연기력을 즐길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공연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이 가는데,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뜸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더 선호하지만, 잘 짜인 각본에 우리가 사는 일반적인 일상이 담겨있는 작품이라면 연극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결국 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공연을 선보여준 것에 너무도 감사한 시간이었고, 추후에도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전시 &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학 콘서트] 항연 : 김정운 교수 - 부산문화회관 (0) | 2021.05.27 |
---|---|
[공연]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프랑스 내한 공연 - 부산 KBS홀 (0) | 2021.05.17 |
[전시] 미켈란젤로 특별전 - M컨템포러리 (0) | 2021.03.23 |
[전시] 뮤지엄오브컬러 - 63스퀘어 (0) | 2021.03.16 |
[전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인사센트럴뮤지엄 (0) | 2021.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