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AX> 킬러 시리즈 중 한편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은 현대, 두 가지의 직업을 지닌 주인공의 일상을 다루는 듯 하지만, 평범치 않은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슬픈 유부남(?)을 그리면서도, 어쩌면 아름다운 가정의 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애가 돋보이기도 한다. 각각의 인물과 이야기가 끊어지는 듯 전체적으로 통합되어있는 서사 형식을 띄며, 작가 특유의 작풍이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대로의 반전이 함께하는 작품이지만, 조금은 덤덤한 문체로 쓰여있기도 하다. 정작 내용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의 연속이라 색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킬러
앞서 언급했듯 주인공의 직업은 두종류다, 킬러와 평범한 회사의 직장인. 평범함을 연기하지만 정작 본업은 매너 있는 킬러(?)이다. 생각보다 일을 하는 장면 묘사는 덤덤하게 흘러가는데, 상황과 대비되는 그런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그런 그이지만 정작 아내에게는 쩔쩔 메는 모습을 보여줘 왠지 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그가 행했던 일의 응보를 치르면서 끝을 맞이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보통의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잘못된 단추를 끼워 맞췄을 때 제 때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인 글이기에 그가 행하는 살인에 대한 묘사가 크게 부각되어 보이지 않지만, 결국에는 인과응보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그것이 정의가 구현되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눈치가 빠른 사람
작품중 주인공은 부인의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 변화를 빠르게 캐치한다. 설정상 공감능력이 결여되어있는 그이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학습하여 발전시킨 능력이지만, 그만큼 탁월함을 보인다. (전국 유부남들의 귀감) 그의 아들조차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이해 못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 만의 사랑하는 방식으로 느껴져 보기 좋았다.
나는 이성에 관해서는 눈치가 빠른편은 아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이성에게는 인기가 없다. 그렇지만 반대로 남성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나, 사람(이성적 부분이 배제된)과 상황에 대해서는 눈치가 빠르다. 물론 그 눈치를 모두 적용하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생활하기 편리한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캐치해서 해소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능력을 잘 활용할 계획이다.
- 동업자와의 재회
주인공은 은혜를 베풀었던 동업자에게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물론 서로 간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나, 조금은 씁쓸한 결말이라고 느껴졌다. 결국 사람에게는 그 자신이 최우선 되는 존재이며, 그러한 자신의 생명의 안전이 확보된 다음에야 정의니 은혜니 하는 것들이 뒤따라 오게 되는 것이다. 역시 세상은 냉정한 것이구나라고 다시금 느끼게 된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이뤄진 결말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결국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스쳐지나 온 무수히 많은 인연들 그리고 별 것 아닌 일로 끝이나 버린 관계들을 생각해보자면, 역시 이대로가 좋은 듯하다. 나는 역시 딱히 착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 킬러 아들의 삶
아버지를 킬러로 둔 아들의 삶은 지극히도 평범하고 때론 정의롭기까지 하다. 인물 간 대비되는 상황이 극적으로 작용해서 재미가 더해진 느낌이다. 물론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 가족들은 상처 받았지만, 결국 작품의 말미에 그 부분마저도 해소하는 게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그런 다양한 복선의 장치들을 설치하고 회수는데 탁월한 편이다. 다행스럽게 성장소설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결말이긴 했지만, 아버지로 인해 죽음을 당한 사람의 뒷 이야기도 조금은 나왔으면 더 흥미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그런 이중의 삶을 살았다면 나는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지킨 나름대로의 작은 정의마저도 산산이 부서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뭐 오히려 그렇게 되면 후련하게 악인(?)의 삶을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항상 몰입감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어쩌면 상황에 맞지 않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로 이런저런 연습들을 하지만, 이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런 것 또한 역시 그의 뛰어난 능력이겠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이면서도 우리들의 일상과는 많이 동떨어져있는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을 통해서 배울 점은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킬러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처럼 훌륭한 공처가가 되고 싶다. 물론 나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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