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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갈매기 - 부산시립극단

P.하루 2020. 9. 2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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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l갈매기 - 부산문화회관

체홉의 4대 희극 中 첫 작품. (사실 내용면으로는 희곡이라고 보기 어려운감이..) 부산문화회관에서 원형무대로 새롭게 도전을 시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고, 연출 또한 마음에 들었다. 인문 간의 관계, 복선 등 다양한 장치를 숨겨둠으로써, 더욱 극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서 봤던 연극 중 가장 재밌었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 갈매기
왜 작품명이 갈매기인가 한참 생각해봤지만, 딱히 모르겠다.. 연극 종료 후 연출자님과의 대담에서도 물어봤었지만, 그냥 니나가 자신을 '갈매기'로 표현하면서 제목으로 정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리한 의미는 갈매기는 평화와 일상의 상징 (때 때로 꼬스쟈의 분풀이로 죽기도 하는) , 꼬스 쟈가 쏘아버린 건, 그 자신의 평화와 안정이었으며, 결국 그 자신이 되어버리는 비극적인.. 뭐 그런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딱히 갈매기가 아녔어도 상관없어 보이기도 한다.)

* 반복되는 삶의 굴레
후반부로 가면서, 각 인물들의 어긋난 사랑이 또 그러한 방향성이 대를 이어서 이어진다라는 것이다. 아르까지나 - 뜨레린의 관계는, 뜨레고린 - 니나와의 관계와도 같았던 적이 있으며, 도른 - 폴리나 - 표트르 / 마샤 - 꼬스쟈 - 메드베첸코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모전여전.. 각자의 관계는 비극적이지만, 또 남들도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또 반복되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몹쓸 짓을 하기 도하지만, 결국 삶은 처음 자신이 원했던 마음과 목표와는 달리 상황에 의해 어딘가로 휩쓸리게 된다.. 를 말해주는 듯하다. 각 개인에게 비극적인 관계지만, 결국 한발 떨어져서 보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희극적인 느낌. 알듯 말듯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과 관련해서는 늘 엇갈리기만 하는 것 같다. 결국 일방통행으로써는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는 듯한,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상처로만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어찌할 수 없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서로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역시나 슬프고 비참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항상 그 무모한 도전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는 운명의 굴레 속에 살아간다. 나도 마찬가지로.

* 후회 없는 선택
작중 인물들 대부분이,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후회를 버리지 못하면서도, 당장 자신들의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후회 속에서, 자신의 과거와 비슷한 사항의 인물들을 마주하고, 역시 어쩔 수 없었다며 현실을 외면하기도 하는 듯하다. 많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각자가 가진 상처의 수만큼의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과거의 자신의 선택 그리고 미래의 가고자 하는 방향에 고착화되어 더더욱 답을 정해두고 살게 되는 것 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과거의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사실 이런 깨달음을 얻는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결국 그것이 나 자신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엇갈린 운명, 꼬스쟈 - 니나
둘은 어쩌면 같은 선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선택에 있어서, 둘의 환경이 극명하게 다름에 따른 오차가 발생한 듯하다. 아무튼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가치관으로만 해석하고 그 방향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에 결국 파국에 이르지 않았을까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 물론 말은 쉽다. 실천하기가 몹시 어려울 뿐이지, 나도 그렇게 사랑했던 이를 잃었었다. 그 때는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졌었는지.. 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앞으로 다시 반복하지 말 것. 그것만 명심하도록 하자.

호수 갈매기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체호프가 누군지 아는 정도에 그쳤었지만, 지금은 완전 팬이 되어버렸다. 극히 사실적이고, 어찌 보면 비극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는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대부분은 비극적 사건들에서부터 희극적 일상을 이야기하는 매력적인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음에 공연할 '세 자매'를 기대하며, 좋은 관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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