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김영하는 꽤나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흡인력이 좋고,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현실적인 분위기를 나는 좋아한다. 작가가 가진 '여행'에 대한 생각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여행의 목적과 이유, 또 여행자로서의 마음가짐, 감상 등 모든 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특히나, 여행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있어서, 내 생각을 깔끔히 표현한 것 만 같은 서술을 통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또, '여행이 생활'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성장환경에서도, 어린아이 치고는 덤덤히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게는 꽤나 신선함뿐만 아니라, 일종의 유대감까지 만들어 주었다.
* 쫓겨나다.
중국에서의 추방과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 내 경험들이 생각났다. 어릴 적 나는 많이도 쫓겨났다. 집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 집단으로부터.
아니, 쫓기듯 도망쳤다고 해야 가까우려나, 그런 경험들로 인해, 나는 늘 사람과의, 또는 장소와의 '선'을 만들어 두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와 조금은 씁쓸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도망치는 게 쫓겨나는 것보다 덜 아프다.
작가 또한 추방의 경험으로부터 다른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실제로 머물렀다면 또 다른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자기 합리화의 한 방향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래서 어쩌겠는가, 쫓겨나건, 도망쳐왔던 뭐,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 상처로부터 달아나기
어쩌면 여행의 주된 목적은, 탈일상을 통해 일상에서의 나를 분리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알쓸신잡' 에서였던가, 아니면 다른 작가가 그랬나,, '호캉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일상 속에서의 나를 완전히 배제하고, 그 순간 현재를 본능적, 감각적으로 탐미하는 인간의 본연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나.. 그렇다고 하면 몇몇 이들에게는 굳이 멀리 나아가지 않더라도, 충분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게임, 산책, 독서 등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 같다. 물론 여행만큼은 아니지만, 뭐 어쨌거나, 우린 언제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너무 크거나 잦은 이탈은 현실 속의 적응을 방해한다.
일상을 여행으로 느끼게 되기까지는 너무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뭐 그래도 얼마 안 남은 거 같다. 나는.
*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과연 정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결국 인간들에게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소속받기를 원하는 마음. 이 것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 사람 자체를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 삶은 무척이나 불행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속감마저도 상관없는 사람. 그림자를 판 그 사나이는 그것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운 좋게 마법 신발을 얻음으로써,
우리는 어떤가. 돈도 없고, 더욱이 마법 신발도 없다. 더군다나, 종종 그림자까지도 잃어버린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결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될 듯하다. 돈이 없고, 마법 신발도 없지만,
어떻게든 가야 하고, 또, 갈 수 있을 것 같다.
* 노바디의 여행
오디 세이야는, 늘 오디세우스의 관점에서만 해석되었으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퀴클롭스, 선원들 등, 무수히 많은 피해자(?) 들이 존재하지만, 모두는 그런 것들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만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는 몹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업보를 그대로 돌려받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그래도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었다고 보이며, 이는 많은 교훈을 가져다준다. 사람은 모두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 욕망의 실현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하나 그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늘 스스로를 내려다봤으면 한다. 물론 나 또한 그럴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삶의 여행자'라고 생각한다. 여행자는 여행자 다워야하며, 그는 우리 삶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코 다른 이의 '삶'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아마도 모두에게 어려운 일일 것이고, 그들은 내 삶 속에서 '여행자'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나 또한 그들에게 그들과 같은 마음의 여행자이길 원하지만, 쉬운 것은 없다..
'여행의 이유'는 중요하다, 하지만 여행의 '결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는, 그 수만큼의 무수히 많은 '여행의 이유와 목적' 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목적' 달성 이후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나는 아직은 돌아와야 하는 '일상'에 얽매여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또 그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기를,,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활도 유랑처럼 느껴진다."
'- 독서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마왕 - 이사카 코타로 (0) | 2020.09.26 |
---|---|
[책] 파우스터 - 김호연 (0) | 2020.09.26 |
[책] 인어가 잠든 집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20.09.24 |
[책] 슬픔의 위안 - 론 마라스코 (0) | 2020.09.24 |
[책] 호모데우스 - 유발 하라리 (0) | 2020.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