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랜덤 인터내셔널 - OUT OF CONTROL

P.하루 2020. 9.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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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인터내셔널 - 아웃 오브 컨트롤

부산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된 랜덤 인터내셔널의 전시.

'Rain Room' 이라고도 불리면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듯하다. 

가기 전에는 많은 기대를 하고 찾아갔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전시 콘셉트는 간단하다. 자그마한 공간에 모션인식 센서를 배치하고 특정 구역에 지속적으로 물을 낙하시키다가 동작이 인식되면 그 부분은 사람이 있음을 감지하고 물이 떨어지지 않게 되는 원리이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인지 현대미술적 감각인지, 빠르게 움직이면 센서가 정환 한 인식을 하지 못해서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인스타 감성 충분한 분들이 방문해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장소. 딱 그 정도로 적당한 듯했다. 물론 나는 또 생각에 빠졌었지만 말이다. 

레인 룸

* 느림의 미학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급하다. 그것도 심하게. 물론 나도 몹시 성격이 급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전시장 내에서는 모두들 하나같이 느긋함을 즐겼던 것 같다. (물론 일부러 물을 맞아보기 위해(?) 빨리 움직여보는 사람은 당연히 있었다) 기술점 헌계(?)를 느림의 미학으로 포장한감이 적잖이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쳐왔다. 누군가는 목표 달성을 위해, 누군가는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도 나는 급하게, 빠르게 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가끔은 느림의 순간을 마주하면서 또 즐길 수 있는 마음을 배운 듯하다. 

 

* 대순환의 법칙

 전시에 사용되어 떨어진 물든 다시 급수탱크로 이송 후 정수되어 재활용된다. 마치 자연스레 내렸던 비가 강물, 바닷물을 지나 결국 다시 비로 내리는 과정처럼 말이다. 물론 인위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법칙 하나하나를 지키는 것이 결국 큰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환경적 측면보다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사용된 방식이긴 하겠으나, 이러한 부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물의 공급과 사용을 원활히 유지시켜주어 결과적으로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해준다. 최근의 이상기후들로 확장시켜 본다면, 우리의 생태계는 무언가 고장이 나버린 듯하다. 인위적일지언정,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물줄기 대신에, 적막이 감도는 텅 빈 천장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다만 적당히 잘 굴러가기만 바랄 뿐이다. 적어도 우리들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만큼이라도. 

 

* 현대 예술

 현대 예술의 장점이라 함은 감삼의 사유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을 그런 것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의 견해에 기대어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 같달까.. 물론 어렵다. 나도 뭘 표현하려고 한 건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뭐, 모르면 또 어떠랴 내가 살아온 것을 바탕으로 내가 느낀 그 자체로써 예술이 되는 것을. 여러 가지 의미로 현대 예술은 아직도 내겐 불편함을 안겨다 준다. 내가 잘못되었든, 사회가 잘못되었든.

 

 아련했던 한 사람과 같이 갔었다. 잠깐의 스쳐갔던 짧은 호감이 함께했던 관계. 하나 그마저도 착각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찌 되었든, 그래도 전시를 보고 나니 속이다 시원했다. 빗줄기 한복판에서 젖지 않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니 말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몸이 젖어버릴 만큼 가까워지는 건 어렵고 피곤하다. 하지만, 역시 난 사람들이 좋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있기를 희망한다. 생각을 마치고 전시장 밖으로 나갔을 때 나는 내 옷이 꽤나 젖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리 사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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