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 영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홍원찬감독

P.하루 2020. 11. 1. 23:27
반응형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주연의 범죄/스릴러 영화. 지난 8월 개봉했었지만, 이번에 디렉터스 컷으로 잔인한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편이기에 청불 등급으로 개봉했다. 이미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너무 많이 나왔기에 스토리는 진부하고, 뻔한 클리셰들이 자주 보여졌다. 또 현실감 떨어지는 주인공들의 전투능력이나, '저게 어떻게 돼??'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스토리 전개는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스크린을 압도하는 액션 장면은 그 어느 한국 영화보다도 시원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잔인하지만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고, 어떻게 상황이 저렇게까지 꼬일 수 있지 하는 안쓰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배우 황정민, 이정재가 7여 년 만에 함께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박정민의 충격적인(?) 연기는 꽤나 파격적이었고, 역시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는 보는 내내 몰입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김인남 - 황정민

  • 김인남 - 황정민

 전직 국정원 소속 대인공작 요원 이자 청부살인업자. 자신의 과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잃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역할, 후에 옛 연인과 아이의 소식을 접하고, 곧 그것이 삶의 이유가 되어 마무리를 지으러 방콕으로 떠난다. 마지막 의뢰였던 대상으로 인해 계속 쫓기게 되고, 다른 범죄조직 및 경찰들의 타깃이 되면서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만 끝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자폭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개인적으로 한국형 범죄/스릴러 영화에 빠질 수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비슷한 배역을 많이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또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번 영화에서는 황정민 특유의 장난스러움이 싹 빠진 진지모드인 배역이어서 살짝 무섭기까지 했지만, 그 덕에 인남이라는 캐릭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레이 - 이정재

  • 레이 - 이정재

 일본 교포 2세로 자이니치 출신. 인남의 마지막 청부의뢰 대상자와는 동생이라고 표현되어있다. 의절한 형이었지만 형의 죽음에 분노하여,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결국 살육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웠고, 애초 추적을 시작한 이유 따윈 잊어버리고 단지 사람을 죽이고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살인귀이다. 결국 인남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마지막에 그의 자폭으로 인해 같이 죽는다. 
 배우 이정재의 연기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게 보인다. 작품 중간에 나오는 그의 상체탈의 씬은 진짜 멋지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배우 특유의 감정이 메말라있는 느낌이 더 잘 어울려서 레이라는 '인간 백정' 캐릭터를 잘 표현한 듯하다.

 

  • 유이 - 박정민

 가장 충격적이고 씬스틸러 역할을 맡은 유이라는 캐릭터. 트랜스젠더이며 박정민이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돈 때문에 인남을 도와주다 같이 엮여서 인생이 꼬여버리지만, 다행히도 끝까지 의리를 지켜준 탓에 그가 원하던 새로운 시작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에서도 작은 피식거림을 제공하기 위해서 무단히 노력하며, 결정적일 때 인남을 돕는 히로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장남자라는 설정이 꽤나 부담되긴 하지만 박정민의 새로운 연기 영역(?)을 잘 보여준 부분이기도 했다.

 

  • 폭력의 악순환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복수가 계속될수록 서로에게 쌓인 원한은 해소되지 않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뭐 영화니까 극적인 장치로써 표현되었다고 느낄 수 있으나,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폭력은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치면서 계속 반복된다. 예를 들면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부하직원이 직원의 부인에게, 부인이 아이에게,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이렇게 폭력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부분들로 인해 우리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고 불신하게 되는 어찌 보면 최악의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악의

특히 조직범죄를 다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이지만, 과연 인간의 악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범죄영화에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 모두가 돈에 환장해서 다들 미쳐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막상 생각해보면 돈을 위해서라는 '악의'없는 선택을 하는 상황도 많은 듯하다. 어찌 됐건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성악설'을 지지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악의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인 부분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든 사람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들. 영화 속에서는 돈이라도 큼직큼직하기라도 하지,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는 돈 몇 푼 때문에, 때론 돈이 문제가 아니어도 끔찍한 악의가 발현되는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소원한 이야기겠지만 언젠가 '악의'없는 세상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사실은 엄청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인간의 선의보다는 악의가 더 우선적으로 발현되고,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알아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사람이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상황은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그것이 이전보다 일상에 만연해 있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마약, 납치, 장기매매, 살인 등이 그렇게 사회에 만연해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렇다고 주변에서 생기지 않을 일이라고는 못하겠다. 운동이든 공부든 뭐라도 더 해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과민한 반응일까? 뭐 어쨌든 오랜만에 때리고 부시는 것을 통해 느끼는 시원함을 맛보게 해 준 영화라고 남기고 싶다.

 

"이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이젠 기억도 안 나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