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 통영

P.하루 2020. 11. 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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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 김광석 뮤지컬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상연된 작품. 故 김광석의 노래들을 넘버로 하여, 90년대 청년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의 뮤지컬들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띄는 듯한데, 아무래도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대다수 여서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 듯하다. 김광석의 노래 특성상 노래 자체의 음색과 느낌과는 별도로 전반적으로 일관된 무거움이 따라다니는 듯했다. 내가 지나온 인생에 대해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고, 그 시간들을 추억해 볼 수 있게 한 좋은 작품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김광석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싱어송라이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중 한 명이다.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그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유명해졌고,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그가 지금까지도 살아있었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광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등병의 편지' 라던가 '서른 즈음에' 정도는 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대중가요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20년도 더 지난 노래들을 지금 들어도 이렇게 감정이 동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신기한 일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커튼 콜

  • 같은 시간을 살아온 이들

결국 과거의 사람과 시간이 그리워지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석의 노래의 대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만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수와 노래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도 대학생-회사원 시절을 오버랩하여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서 대다수의 관객들이 각자의 아름다웠던 추억속을 다시금 되돌아보았을 듯하다. 나 또한 지금은 잊히고, 지나쳐 버린 인연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고, 가끔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커튼 콜

  •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서 타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꿈을 쫓던 그들 모두는 현실에 맞춰서 꿈을 바꾸거나, 그저 현실을 견뎌낼 뿐인 어른이 되어서 살아간다. 우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현실의 무게에  의해 오늘도 우리는 꿈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 슬픈 것은 이제는 우리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음을 깨닫는 과정에 이르렀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우리는 이 사회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을.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커튼 콜

  • 과거로의 여행

첫 사랑, 첫 이별, 현실에 의해 꿈을 포기했던 기억, 절친했던 친구와 싸운 기억, 학창 시절 등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그 뒤에라도 다시 한번 더 도전했으면 어땠을까. 무의미할지도 모를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들 한데 어우러져서 사실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도 모호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에 많은 것을 놔두고 왔다. 어쩌면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무언가도 있을 것이다.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가끔 옛날의 기억들을 강제로 끄집어내어 볼 수 있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니, 많은 길을 돌아서 온 듯 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하나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종연

  • 바람이 불어오는 곳

보통의 김광석의 노래와는 사뭇 다른 밝고 명랑한 느낌의 음색을 띄고 있는 노래다. 지치고 힘들 때 들으면 꽤나 힘이 나는 그런 노래이기도 하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 밝은 미래를 지향하는 느낌을 주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게 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데, 수많은 김광석의 곡들 중에 이 곡을 택한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았더니, 앞서 비슷하게 여러 번 얘기했지만, 보통의 김광석 노래는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는 너무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렇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새롭게 나아간다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통영시민문화회관 - 야경

 글을 쓰다 보니, 뮤지컬에 대한 감상인지, '김광석'에 대한 감상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사실 뭐 중요하겠는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은 그의 삶과 노래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쓰는 와중에도 자꾸만 글쓰기를 멈추고 생각하고, 추억하게 되는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메인 스토리가 김광석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여배우분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느껴지는데, 작 중 '고은'역을 연기하신 '조연화' 배우의 음색이 너무도 좋아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출연하시는 작품에서 노래를 들어야겠다. 다른 배우분들도 다들 연기를 잘하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김광석 (출처:김광석추모사업회)

 김광석.

 그는 그렇게 젊은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아마도 우리에게 두고두고 기억되며, 어쩌면 영원히 회자될 수 있는 그런 가수이자, 참된 사람으로 함께할 것이다.

“문명이 발달해 갈수록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있어요.
그 상처는 누군가 반드시 보듬어 안아야만 해요.
제 노래가 힘겨운 삶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비상구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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