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연극] 라스트 세션 - 신구, 루이스

P.하루 2020. 12.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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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세션 - 예스24스테이지

 예스 24 스테이지에서 상연된 연극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vs 루이스의 실제로는 이뤄질 수 없었던 대담을 구현한 작품이다. 유신론 vs 무신론 (더욱이 루이스는 원래 무신론자였다)의 논쟁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무엇인 정답인지 결과를 내려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논리의 싸움이 전개되는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 vs 루이스>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프로이트-신구 / 루이스-이석준이 연기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한 작품이다.

라스트 세션

  • 프로이트 - 신구

 '꿈의 해석'으로 20세기를 빛낸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의 이론은 파격적이었고,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체계화하는데 기여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성격적인 문제의 대부분이, 태생적으로 주어진 각자의 기질과 유아기의 환경과 부모와의 유대에 의해 결정된다는 다소 극단적인 이론으로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으나, 그의 업적만큼은 무시할 수 없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론과 성향에 맞게 당연히 무신론을 주장하면서, 신성모독을 아무렇지 않게 서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이트를 좋아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그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작품 내에서 표현된 대로 프로이트의 성격은 지독히도 괴팍하다고 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조마조마한 어르신, 그런 이미지로 남은 사람이지만, 후대에도 그의 업적과 학문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연기한 배우는 '신구' 였는데, 사실 엄청 기대하고 갔으나, 막상 연세가 연세이니 만큼, 대사전달력이나 순간순간 맥을 끊기는 연기가 보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는 여전히 날카로웠다고 느낀다. 

 

라스트 세션 - 무대

  • 루이스 - 이석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유신론-무신론-유신론의 전철을 밟은 이력이 있다. 모태신앙으로 기독교도 였으나, 모친의 사망 이후 고전적 신앙을 외면하고 실증의 세계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그렇지만 끝내 신을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하고, 그것은 부정하려는 만큼이나 오히려 신을 갈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스스로를 깨닫고 다시 유신론자로 돌아선다. 때문에 기독교계에서는 유의미한 인물로 자주 거론되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실제 그의 삶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던 것으로도 기록이 남겨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신을 믿고 섬길 수 있었는지 나로서는 아이러니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뮤지컬 계의 핫한 인물. 방송 쪽에서는 따로 인지도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연판에서는 유명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확실히 깔끔한 연기며 매끄러운 흐름을 이끌어내는 실력은 그의 인기를 증명해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스트 세션 - 프로이트의 의자

  • 유신론과 무신론

 솔직히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 내가 잘 모르겠다. 용어의 풀이로는 이해해도 한 단어로 말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에 사실 헷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굳이 작품에서 다뤘기 때문에 나도 쓰려고 한다. 

 나는 유신론자에 가깝다. 그렇지만 유물론을 따르기도 한다. 풀어보면, 신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하지만 그 존재가 우리의 생각만큼 전지전능하거나,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라 한다면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유물론자에 가깝기도 하다. 각자의 운명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자유의지'라는 변수가 존재한다고 하지만은, 우리는 그것조차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주의이다. 뭐 결국 죽을 때까지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죽으면 끝이기 때문에 더욱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살아갈 뿐인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는 편이다. 이것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 도덕률과 양심

 유물론자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도덕과 양심은 모두 학습된 규범의 일부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곧 성악설과도 맥락을 같이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극히 공감한다. 최근 계속 이슈 되고 있는 촉법소년들의 뉴스를 보면 자극적인 매체와 가정환경에 의해 이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아이들 혹은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뼛속 깊이 교육을 받고 자라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를 보면 어차피 인간은 본인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심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은 무의식 중에 학습된 어떤 결과물에 가까우며, 스스로가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이런 것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덕적 인척 양심적 인척 모두를 기만하기 바쁜듯하다. 하긴,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면 쉬이 매도당하기 마련이니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이런 주제에 대해서 심도 있게 토론해보고 싶기도 하다. 확고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따로 연락을 주시길!

라스트 세션 - 커튼 콜

 작품 자체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평이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되는 두 인물의 업적과 학문적인 가치를 생각해보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평생 고민할 수밖에 없는 주제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정말 가슴 뛰는 이야기인 듯하다. 후에 인생의 2막을 준비한다면 난 꼭 이 분야를 준비해보고 싶다.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이런 유의미한 대담을 할 수 있는 좋은 상대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현 사회에서도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의 대화는 점차 줄어들고, 단지 지식 자랑에 불과할 뿐인 껍데기밖에 없는 잡담이 주를 이룬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가장 큰 동맹은 항상 신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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