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연극] 아마데우스 - 광림아트홀

P.하루 2021. 2. 1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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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 광림아트홀

 광림 아트홀에서 상연된 연극 <아마데우스>. 그 내용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음악의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인자로 밀려나야 했던 '비운의 천재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역사적 고증보다는 2차 창작물로 거의 픽션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되었건, 비운의 이인자가 된 살리에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몹시도 신선했고, 전개 자체가 살리에리의 독무대에 가까울 만큼 비중이 큰 편이다. 연극이지만 광림 아트홀 자체가 뮤지컬 공연장 형태를 띠고 있고 또, 극의 주제가 음악가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노래가 자주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고 (살짝 지루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뮤지컬 배우 차지연의 살리에리를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배우 김재범 님의 살리에리도 몹시 인상 깊어서, 보통의 연극과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객석과의 거리가 있다 보니 현장감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마데우스 - 광림아트홀

  • 레오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아버지. 몹시 엄격하게 아들을 대하며, 그 자신도 나름대로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아들의 재능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의 인생 모든 것을 아들의 성공을 위해 바친다. 그러한 양육방식의 부작용인지, 아들의 성격은 개차반에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괴팍한 성격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재들의 일생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부분이다. 신이 내려주었다고 하는 축복받은 재능이지만, 뭐든 적당한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뭐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러한 천재들의 과거 업적들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커다란 대가 없이 누리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또 괜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마데우스 - 광림아트홀

  • 이인자의 삶

 본 작품과 마찬가지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다루는 많은 작품들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극도로 싫어했고, 그 질투에 눈이 멀어 이상해져 버렸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 많지만, 사실 너무 극단적으로 부각되고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인자로 밀려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했다고 하는데, 정작 세간에서 인정받고 부와 명예를 거머쥔 것은 살리에리였다. 그런 그가 단지 재능 때문에 모차르트를 그렇게까지 싫어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모차르트의 성격이 심각하게 이상(?) 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며, 많은 문제가 그러한 성격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와 별개로 만약 작품에서처럼 이인자로 밀려나버린 것에 대한 감정과 상황을 생각해보자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긴 하다. 대중은 구설수와 비교를 좋아한다. 내가 아무리 이인자의 자리에 대해서 만족하고 괜찮다고 한들, 그들은 끊임없이 날 비교 선상에 올려두고 저울질할 것이다. 그 상황이 지속되면 미치지 않고 버틸 수가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살리에리가 재조명받게 된 경우도 결국 모차르트 덕분이긴 하다. 생전에 그들은 서로 앙숙이 되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사후에는 서로 이름을 더욱 드높일 수 있는 관계로서 남게 되었다. 뭐 사실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 모차르트의 작품

 클래식을 좋아라 하고 싶지만, 잘못된 공교육의 한계로 인해 학문으로서의 음악은 저 멀리에 내던져버린 상태다. 당연스럽게도 모차르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피가로의 결혼, 마술 피리, 레퀴 등 유명작의 이름과 대략적인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는 수준에 그치지만, 그가 어마어마한 천재라는 것에 대해선 느낌적인 느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러한 명작들이 많은 것은 그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는 것에서 바탕되었겠지만, 또 다른 이유를 들어보자면 그의 괴팍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에 그의 천재성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계기로 하나씩 안다고 할 수 있을만한 훌륭한 음악과 음악가를 조금씩 알아가도록 신경 써봐야겠다.  

아마데우스 - 광림아트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은 가까이서 봐야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쉬운데, 무대와의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되어서 그 현장감을 만끽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만큼 살리에리 역을 연기하는 것이 대단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뛰어났고, 내가 보고 싶은 배우가 그것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작품을 보면서 아쉬움이 느껴졌던 것은 내가 이쪽 분야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부분이다. 공연을 감상할 때 딱히 공부를 하지 않고 가는 편인데,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룰 수 록 그것으로 인한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남들에게 보이는 멋스러움도 중요하지만, 아는 만큼 더 보이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은 재밌게 보았으나, 역사적 사실 고증이 미흡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아쉬웠다. 뭐 사실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이러한 내용들을 사실로 믿고 역사가 왜곡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조심스럽다. '명성황후'도 '아마데우스'도 이런 픽션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사실인양 호도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당신은 영원한 나의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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