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남편의 원수와 결혼했다'라는 다소 섬짓하면서 무서운 내용을 바탕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선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이끌어내는 데는 충분히 성공적인 도입부였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처음의 그 강렬한 기대는 다소 누그러지지만, 복선을 위한 장치들과 조금씩 드러나는 사실은 작품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게끔 잘 이끌어주며,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가 읽은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는 <절대 정의>가 있는데, 이 작품과 유사한 플롯을 띈다는 느낌을 듣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 예측이 되는 범주의 서사방식이었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나름대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남편의 원수의 아내
설정이 다소 과한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파격적이긴 하다. 뭐 작품을 읽게 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원수에 의해 죽었다는 전제하에 복수를 위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간은 생각보다도 나약하다. 처음에 그 강렬했단 분노와 증오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되며, 나중에는 당장의 행복감 또는 만족감을 통해 얼룩진 과거는 덧씌워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뭐 결국에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굳이 불행했던, 또는 고통스러운 기억과 관련된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후반부로 가면 다른 사연이 밝혀지긴 하지만, 조금은 억지로 끼워 맞춰진 뻔한 클리셰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도 있어 조금 아쉬웠다.
- 넘지 말아야 할 선
각자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것이다. 그 비밀이 바른 것이든 또는 부덕한 것이든 당사자에게는 어떻게든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현실과 드라마 또는 소설 등 여러 장면 속에서 인간은 항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 선을 넘나 든다. 거의 필연적으로. (뭐 이야기는 진행시켜야겠지)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서 둘의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버린다. 믿음과 신뢰를 위해 이 선을 넘어야 할지, 지켜줘야 할지 정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선악과 경중을 떠나 그냥 있는 그래도 밝히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각자가 부담할 몫이다. 나는 나름대로 소위 말하는 '촉'이 발달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 촉을 바탕으로 의심이 드는 경우, 높은 확률로 그 사람의 부정을 밝혀낸 적이 많다. 뭐 그것으로 행복해졌나 하면, 솔직히 아니지만 반대로 그것을 숨겼다고 한들 결국 시간문제였을 것이라는 생각만 남는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
- 속죄
죄를 지어본 적이있는가? 뭐 크든 작든 어떻게든 다들 죄를 짓고 산다. 아직까지 한 번도 죄를 지은적이 없다고? 그럼 그건 그냥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스스로 죄의식이 없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인간은 모두 죄를 짓기에, 그에 걸맞은 속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으로 간사한 것이 죄를 짓는 거도 자신의 마음, 그 죄를 푸는 것도 자신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가진 후안무치한 이들이 많은 듯하다. 대상이 허락하지 않은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어"라고 말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교회는 이러한 심리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고, 그 덕에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씁쓸하게도 피해자들은 대부분 힘이 없다. 그래서 가해자들의 협박 어린 용서에도 그것을 받고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경우다 많다. 그들은 그것으로 속죄를 끝마쳤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업보를 돌려받기를 바란다. 뭐 작품에서 인물 간의 결말도 마찬가지인듯하다. 결국 그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옥죄게 된다는 것.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지만 언젠가 이뤄지리라.
- 작열
작품의 제목을 꽤나 잘 지은 듯하다. 말 그대로 불타오르는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또는 누군가를 벌하기 위해 암약하는 이야기. 뜨겁게 불러일으켜진 화기는 무엇인가를 삼키기 전까진 식을 수 없다. 뭐 결국에는 그 자신마저 휩쓸릴 만큼 커져버리기 마련이지만,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은 당장 그 열기를 느낄 수 없다. 주변 모든 것을 태우고 나서야 자신에게까지 그 열기가 전해질뿐이다. 그런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하기로 했고, 그래서인지 더욱 강렬하게 전달된 듯하다.
작품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 기회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뭐 역시 나도 과거에 얽매여 살아간다는 얘기를 꽤나 듣는 편이다. 이제 점차 바꿔보기로 하자. 음. 그래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그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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