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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윤종빈감독

P.하루 2021. 2. 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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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너무나도 유명하고,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남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몇 번이고 봤지만,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 티브이는 켜니 마침 시작하길래 다시 한번 더 재밌게 봤다. 볼때마다 주요 관심사가 달라서인지 포커싱 되는 부분은 미묘히 달랐다. 이번엔 볼 때는 공권력의 부정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조폭들은 마주치지 않고, 연루되지 않게 조심히 살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권력의 무능과 부패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인간 불신의 사회에서 그것을 중재해주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악독한 범죄자라면 우리는 어디에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 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쓸데없이 혼자 진지해지긴 했지만, 작품 자체로만 보자면 다시 봐도 재밌는 작품이었다.

 

  • 거악의 승리

 부정으로 성공하게 된 사람의 자녀가 공권력 아래 일하게 된다면, 과연 그 부모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사기업의 끊임없는 후원으로 성장하게 된 장학생들이 그들을 있게 해 준 기업을 거스를 수 있을까? 철학적인 명제로만 보이지만, 한국사회에 만연해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이미 우리나라의 정의는 이들로부터 좌지우지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정치 얘기는 피해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현재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축에 속한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고, 결과적으로 실책이 된 경우에 대한 비판과 성찰은 필요하다) 맹목적인 지지자는 아니지만, 모든 기득권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형세로 보이는 작금의 사태가 몹시 씁쓸하다. 결국 검찰개혁은 소원해졌고, 물타기, 논점 흐리기에 모든 국민들은 넘어가버려서 정작 중요한 것은 손조차 댈 수 없게 되었다. 뭐 어쩌겠는가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한계이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결국 있는 자들의 있는 자들을 위한 그런 권력과 정의가 대물림될 뿐이다.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현재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것들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계층 간의 사다리가 사라진 이상, 악은 축적되고, 결국 부패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범죄와의 전쟁

 노태우 정권의 몇 안 되는 치적 중 하나로 친다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일단락 지은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바퀴벌레처럼 어둠 속에서 살아남아 근절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동네에서 그들이 으스대고 있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일반 깡패가 주로 지니고 있던 권력이 공권력의 음지로 스며들어간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우리와 실질적으로 마주할 경우가 더 희박하기 때문에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기업화되고 더욱 치밀하게 경제 사회 속으로 숨어든 깡패들이 사실상 더 무섭지만, 적어도 액면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모른 체 외면하고 살아갈 수 있다. 뭐 잘한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  인맥 사회

 우리나라는 연을 중요히 한다. 학연, 혈연, 지연.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연 3 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혈연이 주된 역할을 수행하지만 거기에 결국 이런저런 것들이 다 섞여있다. 어차피 서로 배신하고 뒤통수치며 살아가는데, 저런 조건을 바탕으로 형성된 관계들이 왜 더 값어치 있다고 믿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뭐 과거의 유산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비일비재한 것 같다. 물론 공감대 형성이라는 부분에서 어느 한 가지 겹친다면 관계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결국 사람의 본질을 가려주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는 저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는데, 각 층 실세들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지역사회가 만연한 현실로 비추어 볼 때 크게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사람의 근본

 작품 중 최익현은 최형배와의 결탁을 통해 마치 자기 자신이 강한 것으로 착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 결과 점차 본질을 잊어가기 시작한다. 물론 둘 사이의 대립이 발생할 경우에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숨어들게 되지만, 어떤 고양감이나, 타인에게 내세울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면 사람은 점차 변모하게 되는 것 같다. 만약 최익현이 자기 자리만 잘 잡아나갔다면 또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갔을까? (뭐 결국 최익현은 다른 줄을 잡고 끝까지 성공한 것으로 마무리되니까 상관없으려나..) 뭐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어떻게든 안 변할 가능성이 크다. 아, 뭐 정정하자면 좋은 쪽(?) 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익현과 형배가 갈등이 생기고, 고뇌하는 익현의 모습을 지켜보자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남아서 돈과 권력에게 영혼을 빼앗겨버린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결말 권력의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시도한 끝에 살아남긴 하지만, 인간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돈과 권력 앞에 우리는 너무도 무력하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자아를 찾고, 다시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게 사람의 최소 기준이자. 최종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냥 재밌게만 볼 수 없는 게 지금의 우리 사회의 현실인지라 아무래도 씁쓸함이 남았다. 코로나가 창궐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교회에서 확산되는 것은 크게 건드리지조차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이 그들을 그늘 뒤에 숨게 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모르는 데서 아직도 무수히 많은 역사(?)들이 써지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작품의 마지막은 익현의 멋쩍은 웃음과, 형배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페이드 아웃으로 마무리된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속시원히 자신의 과오의 대가를 치렀을까? 아무래도 결국 힘없는 놈은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처벌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겠지만, 결국 둘 다 나쁜 놈들이다.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언제 끝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그라믄 대부님이 건달입니까? 예? 대부님은 대부님을 뭐라고 생각 하시는데예? 내 함 물어보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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