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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빛의 제국 - 김영하

P.하루 2020. 9. 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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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 김영하

 김영하의 작품. 시기적으로 남북의 관계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발표된 작품이다. 뭐 이미는 진부해져 버린 간첩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일까. 다소 뻔한 전개와 클리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강한 흡인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아쉬운 점은 어찌 보면 과하다면 과한 '하루키'식의 외설적 장면 묘사 및 장면 전환 방식은 지금 읽어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 (물론 발표 시점으로 비하자면 다소 파격적인 느낌은 가질 수 있으나 나는 조금은 불편했다 - p.s 좋긴 했으나,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설정까지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부분이라고 느끼지만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서 몰입감이 부족하고 각자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잘 설명되지 않은 느낌에 전체적으로 각자의 에피소드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재밌게 후다닥 읽은 작품. 김영하의 습작으로 재밌게 읽었다.


* 기영의 삶
 원래 맡은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파공작원의 삶을 살면서 홀로 떠다니게 되는 어찌 보면 불쌍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을 속이고 관계를 기만했던 부분도 많았기에 한편으로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그보다는 진짜 어떤 생각을 하면서 간첩 생활을 견뎠을지 나로서는 상상도 불허하는 상황이라고 느낀다. 거짓말에 재능도 없고 그런 불안함을 매일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 경외로움이 느껴졌지만. 참 슬픈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 마리의 삶
 시대적 문제인가, 보편성인가 모르겠지만 꽤나 많은 소설에서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희생당하고 자신의 선택과 꿈을 '사회적 압력'에 의해 접어야만 하며 그런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어떠한 실수를 저질러도 되고 그런 건 나를 그렇게 만든 그 사람들 때문이다.라는 생각으로 어떤 짓을 저질러도 용서받기를 원하는 느낌. 안타까운 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 당시 '여성'들에게 조금 더 가혹하고 힘든 세상이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 어떠한 선택들을 해왔던 건 결국 자기 자신이었으며 그러한 선택에 의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다. 스스로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스스로가 만들어버린 결과물에 대해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빛의 제국 - 제목
 여기서 빛의 제국은 남한을 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영은 밝고 현란한 빛이 함께하는 남한에서 기영은 간첩이라는 '어둠 혹은 그림자' 로써 살아남아야 한다. 물론 어둠이 드리우는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자신을 옥죄여 오면서 쫓기게 되고, 끝내는 자신이 숨어있던 곳이 어둠이 아니라, 단지 만들어진 어둠=그림자에 불과했고 거기서 작게나마 위안과 휴식, 안도를 품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게끔 느껴졌을까. 그 절망감에 크게 공감했다. 나 또한 빛이 가득 한 이 세상에서, 어둠에 숨어서 빛을 바라보고 있단 생각을 이따금 씩 하는데 결국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할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더 생각해봐야겠다.

빛의 제국 - 르네 마그리트

  책에 대한 감상문을 작성하고 나서, 서울의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를 갔었는데 책의 커버이미지가 동일한 이름의 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계속 몰랐을 수도 있던 부분을 문화적 다양함을 즐기다 보니 알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들의 빈약한 케릭터성이라던가 이야기의 개연성 측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김영하는 김영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진부했지만 그래도 재밌었고 또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끔 하는 그런 마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알기론, 
무지가 인류에 도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어, 
무지는 모든 무의미한 폭력의 원천이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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