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참신했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배경이 조선 후기라는 것 또한. 작품이 다루는 주된 감정은 아마도 '한'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억울한 죽음 그 죽음을 마무리 짓는 유품 정리사 그 과정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갈등이 해소되고 뭐 그런. 진부하다면 진부한 스토리지만 나름의 상황적 신선함이 책에 대한 몰입감을 좋게 했다. 시대적 배경이 배경인지라 '여성'들의 억압받는 삶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뭐 현대사회에서도 아직 큰 크게 변화하지 않은 '인식'들은 여전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러한 중론을 나누기엔 대다수가 피해의식에만 찌들어있다는 느낌. 사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넌더리가 나는 주제. 뭐 잡설이 길어졌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 작품
* 조선시대에서의 여성의 삶.
고려시대 때는 오히려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힘이 더 강력했다고도 한다. 한데, 조선시대에 '성리학/유교'라는 (거지 같은) 학문이 들어오면서 여성의 인권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고 멍청하다고 비난하고, 또 공부를 잘했다면, '어디 여자가 감히'.. 뭐 어쩌라고. 예나 지금이나 꼰대는 꼰대들인가 보다. 태생적으로 편하게 얻은 권력으로 계속 해쳐먹으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역시 인간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 아닐까. 이야기가 많이 샜다, 뭐 그래도 성공한 사람은 성공하게 되어있다. 비록 여성이었을지라도, 물론 지금도 사회가 부조리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잔재하고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전에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고, 도전했는지 성찰부터 해보기 바란다. 사회 탓, 남자 탓하지 말고, 작품 중에서도 다양한 여인상이 나오는데 스스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거지 같은 환경' 속에서도. '무거운 그분' 들게 드리고 싶은 말이다.
* 유품, 그리고 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라는 것은 참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다. 굳이 무덤을 넓게 만들어줘야 했고, 조상신이라는 이름 아래 매년 수차례 제사를 지내기도 해야 한다. 전통이라면 전통이겠으나, 결국 이는 물려받을 재산과, 그에 대한 보은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자주 말하는 것이지만, 요새는 나눌 재산이 없다 보니 친인척 간 소원해진 상태가 아닐까?)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유품 정리사'는 결국, 조선시대에는 천시받는 일(지금도 딱히 다르진 않겠네)이 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인척의 죽음도 중대사로 여기는 문화 상, 엄숙히 다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 '사자'와의 추억과 관련된 유품은 남을 것이다. 나는 이와 관련된 것이 따로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준다는 것은 뜻깊은 일일 것이다. 아직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죽음 이후에는 좋은 사람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조금 신경 써보도록 해야겠다.
나름 재밌게는 읽었으나, 막상 생각할 거리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차라리 옴니버스식 구조를 차용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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