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오즈 : Over the Rainbow

P.하루 2020. 10.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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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 오버 더 레인보우

 너무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에 관한 전시회. 벡스코에서 하는 지인의 '홈데코 박람회'에 들렀다가 옆에서 하길래 가보게 되었다. 막상 전시회장에 입장하려니 아차 싶더라. 완전 아이들/커플 들을 위한 공간에 가까웠다. 앞에 사람이 몰려 한 무리의 꼬꼬마 친구들이랑 같이 입장을 진행했는데 좀 부끄럽기도 했다. 뭐 전시 자체는 아무래도 애들을 위한 부분이 많다 보니 딱히 새롭다거나, 뭔가 생각할만한 거리라던가 하는 부분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막상 생각해보면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도 딱히 애들을 위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들이 좋아한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오즈 : 오버 더 레인보우

* 도로시

 우연히 도로시는 '이 세계'로 넘어온다 (생각해보면 이 세계 물의 시초일지도.) 오자마자 각자의 패권을 다투는 마녀들 중 한 명을 죽이면서 입장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세계(?)의 균형은 무너지고 이 세계 용사 도로시를 통해서 전국을 통일하려는 야욕을...(재밌게 쓰다 보니 이렇게 됐는데 하나도 틀린 말이 없네) 결국 도로시를 이용해 통일(?)을 이룩하고 약속대로 도로시는 집으로 보내주고, 나머지 허수아비, 로봇, 사자를 통해 왕권을 강화(?)한다. 결국 이 모험은 도로시에게 무엇이었을까. 세상일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니 항상 후회 없이 살라는 교훈일까? 생각해보면 황당하고 난감할 터인데, 도로시는 묵묵히 업무를 잘 수행해낸 듯하다. 생각해보면 도로시는 어린아이이고 피해자를 지칭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핍박이나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성공기라고 본다면 어른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을 듯하다.

오즈 : 오버 더 레인보우

* 주디 갈란드

 비교적 최근에 영화 '주디'를 보았다. 도로시를 연기했던 실제 인물 '주디 갈란드'의 생애를 그린 영화. 내용은 잔잔하지만 천천히 비극으로 몰아간다. 늘 그러하지만 어린 시절 학대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결국 그것을 끝끝내 이겨내지 못한다. 어찌 보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포장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모두에게 비극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계속 망가뜨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과거의 영광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모든 것을 과거에 빼앗겨 버린 비운의 여주인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열광한다. 그녀의 돌발행동 하나하나를 조마조마하며 봤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Over the Rainbow"를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아직도 우리는 알지 못하고 아마도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무지개 뒤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있을지. 

오즈 : 오버 더 레인보우

* 허수아비, 로봇, 사자

 지금 생각해봐도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결핍되어있는 상태의 존재들이었다. 앞서 붉은 머리 도로시에 대해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이들 또한 비정상의 범주로 차별받아왔다. 결국 그들 스스로 긴 여정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내는 해피엔딩을 그리고 있지만, 현실이었다면 과연 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씁쓸한 질문을 해본다. 이런 것들의 의미는 어릴 때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부분인데 어른이 된다는 건 역시나 괴로움을 안겨주는 일 같다. 

오즈 : 오버 더 레인보우

 애들 보는 전시회에가서 이 무슨 망측한(?) 생각들을 하냐라고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일은 꽤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도로시가 마냥 모든 것을 잘 이겨낼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허수아비, 로봇, 사자도 그들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시도했었는지도 우린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 결과로써 우리는 조금 더 배울 뿐이다. 솔직히 이런 과한 애들용 전시회는 다음에는 잘 가지 않을 듯싶지만 어쨌거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 전시회였다. 

"뇌가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해요?" 
"사람들도 생각 없이 많은 말을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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