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스폰지밥의 행복을 찾아서

P.하루 2020. 10. 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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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밥의 행복을 찾아서

용산역에서 헤매다가 겨우 전시장을 찾을 수 있었다. 어릴 적에 즐겨봤던 '스펀지밥'을 이렇게 다시 전시회로 마주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쩌면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후라 동떨어져버린 기분도 조금 들지만 옛날의 나 자신과 스펀지밥을 매개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폰지밥의 행복을 찾아서 - 마술연필

* 마술연필

 꽤나 인상깊고 아직도 조금은 섬뜩한 기억이 남아있는 에피소드이다. 지우개 연필이 바다에 빠지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며, 클론 스펀지밥에 의해 지워질 뻔한 위기를 겪고 여차 저차 하여 정리를 하면서 끝이 난다. '도플갱어' 이야기랑 맥을 함께하고 있으며, 가짜 스펀지밥의 옹알거리는 소리가 다소 무서웠기에 기억에 남는 듯하다. 만약 이 연필이 내게 주어진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나는 그림을 많이 못 그리니까 딱히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별로 없을듯하다.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3d 펜이 이 마술연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뭐가 됐건 분신을 만들어서 내가 편해지고자 하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신이라니.. 내 인생의 장르가 바뀔 듯하다. 또 세상에 민폐가 될 듯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스폰지밥의 행복을 찾아서 - 징징이 집

* 징징이

 어렸을 적 기억나는 징징이의 이미지는 정말 재미없고 쓸데없이 진지하고 매사 부정적이고 (나잖아..) 이래저래 밉상인 캐릭터에 가까웠다 마치 둘리의 고길동 아저씨처럼. 그런데 어른이 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징징이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민폐가 아니었다 싶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딱 자기가 가진 생활 반경 내에서 피해받지 않고 살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뭐 어쨌거나 캐릭터 자체가 딱히 호감형이 아니기도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스펀지밥과 뚱이에게 매번 괴롭힘 당하는 역할로 다시 생각해봐도 조금 안타까운 캐릭터였던 것 같다.

스폰지밥의 행복을 찾아서 - 커플자전거

* 진정한 친구

  스폰지밥과 뚱이는 덤 앤 더머처럼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둘의 우정만큼은 정말 돈독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우정으로 인해 많은 캐릭터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부러운 것이다. 이해득실을 완전히 배제하고 평생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를 지금에 와서 만들려고 하면 친구들에게 다소 미안한 말이 되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람은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둘의 관계는 정말 대단하다고 여길 수 있다 비록 캐릭터 일뿐이지만. 그래도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진정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있을 때 잘했으면 좋겠다 서로서로.

 

* 극사실주의

 사실 스폰지밥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면서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로 불편함을 야기해서 시청자들로부터 논란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유의 작화 때문 에라도 어떤 에피소드와 관련된 공포 괴담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끔 생각해본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것만 직시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까? 사실 나는 원래라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때론 감추어진 사실이 더 아름답고 교훈적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느낀다. 

 

 동심의 세계로 다녀왔더니 왠지 모르게 힘이 나긴 했었다. 한편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어릴 때부터 이런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랬다면 조금은 고집스러운 시선을 버리고 다양한 생각들을 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뭐 역시 계속 반복되는 말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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