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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RENT) - 신시컴퍼니

P.하루 2020. 10. 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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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렌트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모티브로 하는 동명의 미국 뮤지컬 'RENT'를 '신시컴퍼니'에서 한국 프로덕션 하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했다. 주연배우 오종혁, 배두훈, 아이비, 김지휘 등이 출연했으며 동성애자와 에이즈 환자 등 미국의 신세대(당시 기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내가 처음 'RENT'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아마 2006년쯤이었던가? 대학수능시험 종료 후 대학교 순회 견학을 할 때였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이 작품을 공연했고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서 보게 되었다. 그게 내 첫 뮤지컬 감상 경험이었고,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꼭 다시 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잘 볼 수 있었다. Seasons of love, no day but to day, one song glory, La vie boheme 등의 정말 유명한 뮤지컬 넘버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 에이즈

 RENT를 얘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에이즈'와 관련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질병이고 한 사람과 그 주변의 인생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잔인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에는 약 잘 먹으면 비교적 괜찮아진다곤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말 미국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것들이 횡행하는 분위기였으므로 그에 대한 반사 급부로 에이즈와 마약중독이 창궐하게 되었다. 미국의 의료보험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작품의 주 요소지만 한국으로 넘어오면서는 좀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기에 로컬라이징을 시도하지 않고 오지리 널 공연을 바탕으로 프로덕션 된 것으로 보인다.

 

* 동성애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해서 몹시 관대한 편이다. 사실 그런 것들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어떤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뭐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헌으로 가능한 것을 보면 실질적으로도 상당히 관대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는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우리나라 다음으로(?) 독실한 기독교 국가이다 (최근에는 비율이 점차 감소되고 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기독교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나도 동성애를 존중을 하지만 일부 극단적인 집단들이 항상 말썽을 피우고 다니기 때문에 솔직히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동성애는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니까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찌 됐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작품 중에서는 '엔젤'이 단연코 독보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참 배역 빨을 많이 받는 역할인 것으로 기억난다. 본 공연에 연기해주신 '김지휘' 분께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연기하셔서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 마약

 마약은 사회시스템을 망치는 주범이라고들 한다. 비교적 저렴하게(법적인 문제를 제외한 생산단가만 고려) 최상의 쾌감을 가져올 수 있는 게 바로 마약이 아닐까. 또 그만큼 중독에서 빠져나오기도 어렵다고 한다. 흔히 태우는 담배만 봐도 그 중독성이 지독할 지경인데 마약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가성비 좋은(?) 마약은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한 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기도 한다. 반면 예술가들에게는 때때로 영감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어림없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합법이 된다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긴 하다. 

 

* 가난한 예술가

 생각해봤을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많은 예술가는 지독히도 가난한 축에 속한다. 가끔씩 대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역사적인 과거를 되짚어 봤을 때도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그들 사후에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절박함'이 아닌가 싶다. 예술혼이 담긴 작품이 유명해지지 않는 것도 모순적이지 않을까? 이와는 별개로 솔직히 예술가들은 생활습관이나 리듬을 보면 가난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 Seasons of LOVE

 뮤지컬 '렌트'를 상징하는 넘버라고 생각한다. 멜로디랑 가사가 좋으며 한글 버전도 꽤 괜찮게 뽑힌 곡이라고 생각한다. 한글 숫자독음이 익숙해서일까, 노래 가사 중 565,600분이라는 소절을 부를 때에는 한국 버전이 더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결국은 또 사랑이 최대의 가치라는 그런 얘기. 몹시 나랑 안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들 하겠지만 정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는 생각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배우들 대부분이 가창력이 기본 되어야 하는 요소 이기도하다. 혹시나 들어보지 못했다면 꼭 한 번은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뮤지컬 - 렌트 티켓

* 디큐브아트센터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지 못하고 좌석을 예매해서 걱정을 많이했지만 보는데 불편하진 않았다. 앞쪽 자리에 단차가 좀 없는 편이긴 한데 시야가 크게 방해되는 정도는 아닌 편이었다. 꽤나 고층에 위치해 있기에 내려갈 때 보는 야경이 꽤나 멋졌었던 기억이 있다. 주로 11시 이후에 공연이 끝나는 편이라 대중교통 이용자는 조금 서둘러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역과는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뮤지컬 - 렌트 커튼콜 2020 디큐브아트센터

  9년만의 재 공연이었다. 내게는 거의 13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작품이 되었다. 사실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기도 했고 당시엔 아마추어들의 좋은 공연이었다 하면 이 번 것은 프로들의 멋진 공연이었기에 그 느낌 자체로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만 넘버 중 하나인 'Seasons of love' 만큼은 그때의 그 여운과 감동이 담긴 기억을 이겨내지 못했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의 기억이 함께 녹아있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연기했더라도 그 영혼의 울림과도 같은 감상을 재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 우리 인생은 '사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525,600 minutes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th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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