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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P.하루 2020. 10. 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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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소원을 비는 나무'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의 성장 그리고 주인공 '레이토'가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려서 글을 쓰는 듯하다.  '소원을 비는 나무' 라 하면 뭔가 익숙하기도 한 이미지이지만 혈육의 '염원'이 깃들어 전달되는 다소 특별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인간의 성장기를 잘 그려내고 있으며 사실 어찌 보면 너무 전형적인 한 보잘것없는 청년의 성공기로도 보인다. 뭐 거기서 어떤 것을 느끼는가는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녹나무의 파수꾼 - 녹색 숲


* 소원을 비는 나무

 흔한 미신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원을 비는 우물, 등산로에 쌓인 돌탑, 광장의 분수 라던가 계곡 사이 물웅덩이 같은. 뭐 누군가는 정말 간절히 어떤 소원을 이뤄주길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 부분은 누군가와 그러한 행위를 한 것 자체를 추억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닐까? 어렴풋 지난 일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물론 `녹나무의 파수꾼` 에서는 혈연 간의 말로다 전할 수 없는 감정의 유대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써 녹나무가 활용된다. 일본 특유의 신사 문화와 녹나무가 그리는 그림이 잘 어우러져 신비로운 이미지로 그려졌다. 굳이 딱 정해서 표하자면 교토의 전경이 아스라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다. 



* 무관심에 의한 죄책감

 지켜보기에 너무 답답해서, 또 내게 감정적으로 좋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점차 무감해진다. 하지만 그런 무관심과 짜증이 그 사람과의 마지막 기억이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죄책감에 휩쌓일 것 같다.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참 어려운 일인 듯하다. 마음과 마음이 직접 맞닿을 수는 없기에 우리는 많은 오해를 만들고, 또 그것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후회하기 일쑤다. 말은 쉽지만.. 내가 그렇게 겪었다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것도 많은 마음이 쓰이는 일이라 힘들지만, 그보다 큰 건 역시 별것 아닌 오해로 틀어지는 것이 조금 더 아픈듯하다. 물론 그렇게 자꾸 반복될 일이라서 두려운 것이지만. 이 부분은 조금 반성해야겠다.



* 믿음

 우리는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는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작품 내에서는 그러한 믿음이 부족해서 기도를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기도 했다. 과연 절대적인 믿음이란 어떤 것 일까?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어떠한 믿음을 통해 시련을 이겨내는 듯하다. 반면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믿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이지만, 때로는 그마저도 불안할 때가 있다. 뭐 그렇게 남들도 이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절대적인 신뢰 관계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상대의 신뢰가 없더라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좀 더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런나무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의 각자가 가진 마음이나 생각을 꽤나 잘 못 전하면서 살아간다. 특히 나는 그보다 더해서 마음과는 반대로 말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또 그 결과에 대해서 후회하기도 한다.  '녹나무'를 통해 소원을 빈다면 서로의 마음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완전한 교감을 이룰 수 있을 텐데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뭐 결국은 스스로 노력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에 또 뜻하지 않은 감정 소모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느끼고 또 변화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굳이 '녹나무'가 없어도 나를 이해시킬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

"못했던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것이었다. 
별것도 아닌 자존심이며 하잘 것 없는 
고집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을 했다. 
그런 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는 것도 잘알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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