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 영화

[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김누리

P.하루 2020. 10. 6. 08:24
반응형

우리의 불편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이 맞는 지식인의 글을 읽은 듯한 느낌이다. 통일 사관에서 민족사관 그리고 시대의 변곡점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큰 실수를 했는 사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일부분에서 좀 다른 의견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 자체는 동일한 관점이어서 만족스러웠고, 스스로 이런 생각까지 이른 나 자신이 괜스레 대견스러워지기도 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 자체는 이상론에 가깝다. 그래서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되는 것 또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눈감고 귀를 막은 어둠이 도래한 이 시점에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이정표와도 같은 지식을 전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김누리 교수

* 68 혁명과 86세대

 저자는 68 혁명이 세계의 흐름을 뒤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즉 자본주의가 세계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세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잘 와 닿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가 68 혁명에 의해 변화할 때 우리나라는 박정희 군부의 독재 아래 모든 것을 역행하고 있었고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이 역행은 가속화되었다. 뒤늦게 우리의 86세대들이 혁명을 울부짖으며 독재의 폭거의 저항했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물론 그게 무가치하다거나 작은 일이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비전을 보지 못했던 한계로써 변화의 주체였던 그들이 또 다른 기득권이 되어서, 경제 민주화, 사회 민주화 등을 이루지 못하도록 그들의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나는 결국 이 세대들이 '자식 세대를 잡아먹는 세대'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 빈부격차, 기회의 불공정 등 많은 사회 현안이 있지만 모두 외면한 채 자신의 자리와 이익밖에 관심 없는 이들을 보며 환멸을 느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이 세대는 대부분 그러함을 느낀다. 

 

*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은 이제 멀리 떠나가버린 이야기인 듯하다. 젊은 세대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통일 이후 비용 문제 및 사회문제들에 대해서 지레짐작하고 겁먹고 있다. 정확한 계산과 예상도 없이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이라는 예상으로 어설픈 계산기를 두들기는 그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통일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추후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입지가 어마어마한대도, 당장의 손익만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똑똑한 척하는 치들을 보자면 정말 화가 날 지경이다 (심지어 그 계산조차 확실한 건 없다.) 통일이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는 최대한 북한과 이야기하고 서로가 주체가 되어 물꼬를 다시 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 이래나 저래나 이렇게 떠들면 결국 나만 빨갱이 소리 듣고 말겠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 욕망을 억압하지 말지어다

 다소 극단적인 예로 성적 영역에 대한 자기 검열이 패배주의 및 자발적 노예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으나, 욕망의 억압만 하는 것이 한국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분단국가, 병영문화 등으로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고 그 각 대상들은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살아간다. 맨날 남의 눈치나 보고 남과 비교만 해대는 치들을 보면 역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 놓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니,, 어불성설이다. 물론 나도 지나치게 욕망을 억압하며 살아온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라도 그 욕망은 분출되었고, 그렇기에 스스로를 잃지 않고 한 사람으로 무사히 잘 성장할 수 있었기도 하다 (사실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세상과 그 사람들이 비정상이다.) 적당히, 아무거나, 알아서 라는 말을 남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몹시 쉽게 여기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지 않은가? 때로는 순간순간 하고 싶은 대로 살 필요도 있다. 물론 법적인 책임 아래. 

 

* 미래의 한국

 저자는 너무도 환상적인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 내가 느낀 현실은 내가 죽을 때까지도 그런 한국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뭔지 자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구의 과반을 넘는다. 문제 해결은 문제가 인식되고 난 다음에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우울하게만 보는 듯 하지만 애석히 도 그게 현실이다. 뭐가 됐건 이나라 국민들은 서로 싸우기만 바쁘다. 자기 앞에 조그만 이익한 점 더 가져다 놓겠다고.. 뭐 이젠 나도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또 그렇게 마음 쓰지 않긴 한다만.. 비겁 자라 고해도 상관없다 나는 할 만큼 했고 보통 사람에게 그런 소릴 들을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씁쓸하긴 하다. 정말 대단한 나라 이기도 하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도 한데 모두 헛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하지만 현실은 친구 하나둘 바꾸지 못하는 무력한 한 시민일 뿐이다. 결국 스스로가 자각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래저래 비판만 가득했던 글이 되었다. 이렇게 흥분해보기도 오랜만이다. 그만큼 반가웠고 또 그만큼 변하지 않는 이 상황에 분노하기도 했다. 뭐 나도 어느 순간 대부분들의 것을 체념하고 나 살기에 급급한 상태니 남들에게 뭐라 할 말은 없다만, 적어도 무엇에 분노해야 하고, 무엇으로 인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또 곧 우리의 힘이 한 곳으로 응축되게 된다면 언제든지 거기에 힘을 보탤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그 자체를 다소 비판적으로 관조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터무니없는 이상론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