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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수꾼 - 윤성현감독

P.하루 2020. 9. 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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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맞는 말이다. 각자 상황은 달랐고 그때는 너무 어렸다. 할 수 있는 건 없고 해야 하는 것만 많던 그 시절. 나 또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크고 작은 잘못을 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그들은 너무 어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군가의 폭력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 또한 그들이 처한 상황의 극복 방법을 몰랐거나 잘못됐을 뿐.



 작중 주요 인물 세명 모두에게서 나의 지난 모습을 본 것 같다.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 노력이었나, 뭐 다들 부분 부분의 작중 인물에 대한 공감은 생기는 부분이니까.. 아마도 그렇게 느꼈겠지만 기태에게선 더 많은 동질감과 동정심을 느낀 것 같다 비율로 따지면 6:2:2 정도? 뭐 환경이 비슷하다면 비슷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작중 기태처럼 잘생겼거나 일진이었다거나 친구들을 때렸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인간관계에서 친구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부분이라던가 순간순간의 감정표현이 서툴다거나 하는 모습들에서 지난날(아니면 지금까지도)의 내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분명 어렸을 때의 나는 작중 기태처럼 미숙했다. 남들과 다름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적응해나갔을 뿐. 결국 어쩌면 사소한 일과 말로써 사건들은 시작되었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오해는 결국 그들 사이를 돌이킬 수 없게 갈라놓았다. 


 사실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볼 수 있었다면 '친구'라는 이름하에 이뤄진 다른 방식의 '폭력'에 대해서 서로의 가진 오해를 이야기해볼 수 있었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구' 였던 이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줬었다면 많은 것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은 미숙했고 어쩌면 우리도 미숙한 것을. 안 그래도 부쩍 관계에 관해 생각이 많던 중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나름의 생각 정리를 하게 된 계기를 얻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현재는 흘러가고 있지만
미래에는 결국 말라 버릴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와는 같은 흐름을 살지 않을 테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는 관계라면, 차라리 매 순간마다 흐름을 끊어 내는 것이 바람직할까. 나는 여러 번 손을 뻗었었다 관계가 틀어질때마다 다시 손을 건넨 건 나였다. 너희는 나를 '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언제나 '을'이었고, 결국은 그런 너희들에게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당신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나의 '올바름'도 더 이상 관조하지 않으련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당신들처럼 살아가려고 한다. 


'기태'는 죽음으로의 도망을 선택했고
'나'는 삶의 예속을 선택했다. 
어찌 됐건 살아갈 것이다. 
당신들의 그릇된 선택을 조소할 수 있을 때까지.

 

니체 - 선악을 넘어서中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당신들과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곧 끝나겠지.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잘못된 건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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