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After all this time

P.하루 2020. 11. 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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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All this time

 서울 선유도역 퓨쳐스 리빙랩에서 진행되는 전시. 기존 '랜덤 다이버시티'의 후속 전시. AI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는 실험적인 전시. 전문적인 전시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평은 갈리는 듯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정의 색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러한 것들에 대한 신뢰는 또 별개의 이야기겠지만. 아무튼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생각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예약은 대체로 차있는 편이었다.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시의 제목인 'After all this time' 은 해리포터에서 덤블도어가 스네이프에게 건넨 질문이었다는 점이다. 

  • PRIDE IN ☆☆☆ 

    내 감정의 색을 추출할 때 사용한 사진이다. 저 땐 뭐가 그리도 자신감에 차있었는지. 포즈까지 거만하기 그지없다. 회사일에 치이고 찌든 지금 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저런 영광의 시절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후로 결과가 어찌 됐건 이미 내가 선택한 일이다. 그래도 좋았던 시절이지 않았나? 마냥 나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추억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으니까. 새로운 기로에 선 지금 잊지 말아야 하는 감정이기도 하고, 어쩌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시절의 환희와도 같다고 느끼지만, 영광스러운 날들에 대한 감상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감정의 색

  • 감정의 색 

    내 감정의 기억의 색은 짙은 검녹색에 가까운 듯하다. 마음이 차분해 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엉뚱한 소는 아닌 것 같다. 과거의 영광일지 그리움일지도 모를 이 감정이지만, 곁에 두고 계속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젠가 내 평생의 반려를 만난다면 꼭 전해주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어떤 감각반응이 어떤 색으로 치환되는지에 대한 알고리즘 정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저 믿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역시 이런 건 나만의 부적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굳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  

AFTER ALL THIS TIME - 튜링 테스트

 

  • 튜링 테스트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 짓기 위한 테스트이다. 엘런 튜링에 의해 도입된 개념이며, 후에는 정말 요긴하게 쓰일지도 모를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는 어떻게 지어질까? 인간의 감정까지도 다양한 추출방법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화를 이룰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인간의 감정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빅 데이터라고 불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 같지 않은 인간과 인공지능 같지 않은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많은 의문들이 떠나지 않게 된 공간이었다.

 

 뭔가를 즐길 틈도 없이 후다닥 끝나 버린 느낌이다. 하고 나니 앞선 후기들이 왜 그런 말들을 하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뭐 결국 잉크 얻자고 온 전시에서 잉크를 얻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닐까? 나름 만족스러웠던 전시라고 느낀다. 중요한 건 메신저가 아니라 나에게 닿는 어떠한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After all this time?"

"Alway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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