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P.하루 2020. 11. 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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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인터파크 블루스퀘어 홀에서 공연했던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을 감상했다. 20년 만의 내한팀의 방문으로 상징적인 공연이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내가 본 공연 (많지는 않지만) 최고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오페라에 가까운 뮤지컬로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정말 좋았고, 무대나 연출면에 있어도 몹시 만족스러웠다. 샹들리에 연출을 위해 거의 1억 가까이 투자했다고 하는데 그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낀다.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묘사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연출이나 장면 전환도 모두 자연스러웠고 좋았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감상이 되었으며, 너무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오페라의 유령 캐스팅

 

  • 에릭(유령) - 조나단 록스머스

     비운의 천재라는 설정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오페라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닌다. 괴팍한 성격에 광기에 휩싸인 폭력성 등 인격에 문제가 많다고 느끼지만, 세상에서 얼마나 천대받고 핍박받았으면 그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을까,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크리스틴에게 노래를 가르치면서 대리만족과 함께 그녀를 뒤에서 열렬히 사랑하지만, 자신의 가르침은 받으면서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그녀에 대해 격노하지만, 끝내 결국 그녀를 놓아준다. 

     정말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어찌 보면 빌런 그 자체이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박해받아온 어린 시절로 인한 경험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럼에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여기지 마 말이다.  원하는 것을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마음, 주체할 수 없는 스스로의 마음까지도 타인에게 괴물로 비친다면, 누구인들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비운의 주인공인 그를 나는 이해하고, 또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 자체와는 별개로 배우의 노래와 무대 흐름 전체를 잡고 뒤흔드는 그 카리스마는 너무 멋졌다고 생각한다. 원어로 뮤지컬을 감상하는 이유를 정말 제대로 느껴본 듯하다.

 

오페라의 유령 - 에릭 / 크리스틴

 

  • 크리스틴 다에 - 클레어 라이언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서 자신을 지켜주는 천사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러던 중 자신을 성장시켜주고 돌봐주는 에릭을 자신의 천사라고 생각하면서 믿고 따랐으나, 그의 반복적인 강압적 / 의문스러운 행동들로 인해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 후 그의 가면을 벗기게 되면서 1차적으로 그의 맨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피하게 됨에 따라, 그 후 계속되는 에릭의 폭력적이고 잔혹한 성격과 그녀에 대한 강학 집착으로 인해 2차적으로 두려워하게 된다. 결국 모든 걸 체념하듯 포기하고 그의 뜻에 따르려 하지만 결국 과거로부터의 관계를 끊어내고 그의 손에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된다. 

     남자 때문에 팔자가 이래저래 꼬인 케이스로 수동적인 여성상의 한계를 보여주다가, 자신의 삶의 주체성을 띄게 되면서 과거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는 신여성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작 중 다소 아리송한 부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심경변화를 잘 이끌어내어 보여준 듯하다.

     '크리스틴'의 노래들은 과히 어려운 편이어서 그 노래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자체의 폭이 한정적이다. 오히려 '오페라의 유령' 보다 노래를 잘하는 느낌이 들어 "무능한 오페라의 유령을 벗어난 것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는 후문. 그만큼 노래를 잘해서 속 시원한 전율까지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페라의 유령 - 커튼 콜

 

  • 외모지상주의

     과연 에릭이 조금만 잘생겼다면 저런 일 자체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극 중 어느 상황에 끼워 맞추더라도 저런 인 일어날 수 없었다는 생각만 들더라. 뭐 반대로 크리스틴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애초에 노래를 가르쳐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렇듯 외모는 우리의 인생에서 크나큰 영역을 차지하는 듯하다. 자기 자신이 열등감을 가지지 않고 스스로를 아끼면 된다고는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그런 황당무계한 소리는 좀 그만했으면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우리는 이 악순환의 굴레를 끊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너무나도 늦었다고 느끼는 지금이지만. 그래도 한번 가꿔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타고난 외모는 어쩔 수 없지만 후천적으로 가꿔지는 외모라도 지니고 있다면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상황이 조금씩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현대사회에서 '아름답지/멋지지 않은 것은 죄악이다.' 아니라고??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목소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 감정에 지배당하다

     자신의 마음을 거부당한 에릭은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성격은 어린 시절 천대받고 무시당했던 경험들에 의해 생겨난 부분으로 보인다. 어쩌면 자신이 받은 그러한 냉대라던가 핍박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해 '나는 그래도 돼'라는 마음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나도 이러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때로 이런 감정에 휩싸여 스스로 주체할 수 없던 적도 꽤나 있었다. 물론 살인이나 범법은 저지르면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어떠한 선을 넘어서 괴물이 되는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간과하고 살아간다. 현대사회는 보다 각박해졌다. 그리고 더욱 자신밖에 모르게 되었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한다면, 어느 누군가의 감정의 폭주에 대해서 다음번 희생양이 되는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 뭐 사실, 이미 시간문제인 단계에 이른 듯하다. 

  • 꼭두각시로써의 삶

     크리스틴은 에릭의 명령대로 살아가는 마리오네트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 설령 그 삶이 자신에게 영광과 자신감을 가져왔지만, 결국 자유를 갈망하게 되고 결국 그녀의 의지대로 에릭의 품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어떨까? 정말 정성 들여 날 케어해주고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 같으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을 것 같다. 배울 것이 많은 사람 자체가 없는 현실이다. 날 확실히만 키워준다면 충성을 다해야지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사실 또 막상 그렇게 살면 싫을 일이 많을 것도 같다. 뭐라고 하기 어려운 질문인 듯하다. 

 

오페라의 유령 - 무대인사

 

  • 대표 넘버 
    - Think of me
    - The phantom of the opera
    - The music of the night
    - Angel of music
    - All I ask of you


 코로나로 인해 부산 서울 대구 투어까지 거의 1여 년에 가깝게 공연하면서 '오페라의 지박령'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으면서 고생한 배우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의 기준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해외 원어 공연들을 감상해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릭의 마음으로 감상했던 오페라의 유령은 내게 있던 아픈 기억들을 상기시키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더 우수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정말 편견과 차별 없이 능력만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능력에 의한 차별이 다시 발생할 수 도 있겠지만..] 

"So laugh in your loneliness
Child of the wilderness
Learn to Be lonely
Learn how to love life that is lived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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