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P.하루 2020. 11. 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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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할아버지와 나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공연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이순재, 박소담, 김대령, 강지원 출연. 앙리 할아버지와 하숙생으로 들어간 콘스탄스의 우여곡절이 함께 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고집불통에 성질이 고약한 할아버지인 앙리와 제멋대로에 어른 인척 하지만 결국 아이같이 여린 콘스탄스와의 다양한 사건을 통해 서로 성장하며 마음을 여는 휴먼 드라마. 다 보고 나니 뜻밖의 위로를 받은 좋은 작품이었다. 일각에서는 남녀 성역할이나 보수적인 시각들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하지만, 좀 과하게 나간 듯하고 극의 배경 및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설정된 부분으로 이해되었다. [불편러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불편할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좀 안타깝긴 하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 세종국악당

  • 앙리 - 이순재 

 자신의 확고한 신념 아래 다른 모든 것은 무시해버리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계속 갈등을 주도해오지만 결국 콘스탄스를 친손녀처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도 변화하는 겉보기완 달리 마음이 따뜻한 할아버지. 잔정이 많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기도 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매니저 사건이 붉어진 이순재 배우님에게 다소 실망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잘못된 것을 뉘우치고 사과할 수 있는 모습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연기는 마치 이전 시트콤에서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달까, 역시 원로 배우는 원로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 흐름을 선보여주셨고, 몰입감 있는 작품에서 중심추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신 듯하다. 다만 연세가 연세인지라 대사 전달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고 느낀다. 

 

  • 콘스탄스 - 박소담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애송이! 그렇지만 나름대로 자인의 고충과 고민과 사연을 지니고 살아가는 어른스러움도 보여준다. 응원과 칭찬받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젊음을 소비하던 중 앙리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성장하며 꿈을 위한 재도약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때론 얄밉고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익살스러운 모습도 보이지만, 역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바로 이 작품을 보러 여주까지 가게 만든 장본인 우리 박소담 님!!! 오두방정 떨어서 별꼴이겠지만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다.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최고의 연기를 펼쳐주셔서 너무 좋았고, 지척에서 미어캣처럼 계속 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듯하다. 워낙 개성이 확실한 편이라 이번 배역도 무난히 소화한 느낌으로 몹시 자연스러웠다. 그냥 무조건 눈이 호강한 즐거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달리 더 말할 것도 없는 듯하다. 보다 많은 작품 출연해주면 열심히 찾아다닐 생각이 드는 그런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대사 전달이라던가 미묘한 감정선도 잘 표현해내기도 하고 다방면으로 매력을 발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폴 - 김대령

 바보 팔푼이 멍청이 모지리.. 등 그런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래도 순정남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하지만 박소담 앞에서라면 어쩔 수 없을지도..) 그만큼 인간미 넘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앙리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구박받았으면 저렇게까지 되었을까 하는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끝내 정신을 되찾고, 관계를 회복해서 다행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부끄러움을 관객에게 넘겨버린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그리 밉지 않게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산한 듯하다.

 

  • 발레리 - 강지원

  부족한 듯 똑똑한 듯 알 수 없는 캐릭터였지만 그래도 솔직하고 순수한 면이 있어서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비극을 맞이할뻔했지만 끝내 해피엔딩을 맞이하면서, 사람을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결국 나도 앙리 할아버지의 시각으로 그녀를 어떤 사람인지 단정 짓고 보았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들이 아니었나 싶다.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 무대

  • 서커스의 코끼리

 작중 언급되는 명언.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놓는 순간 그 보다 나아질 수 있음에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했다. 뭐 솔직한 심정은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스스로를 옭아메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연함이 아닐까.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리라, 뭐 다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고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인생의 성공과 실패

 '인생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사랑에 얼마나 성공했는지에 달려있다."라고 하셨는데.. 그럼 난 이미 실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겠다! 왜 또 어딘가에서 소담님 같은 사람이 나타날지는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농담이고 [반은 진지] 우리는 성공과 실패에 너무 연연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성공할 때까지 시도해볼 수는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여기서는 성공이 곧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 조금 더 힘들긴 할 것 같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 커튼 콜

  • 실패 그리고 다시 도전

 실패를 두려워서 자주 피하는 성격이다.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싫어 노력하지 않은 적도 많이 있다. 갑자기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는 착각 아래 끊임없이 합리화를 해오고 있는 건 내가 가장 싫어하던 모습이 아니었던가.. 물론 때론 해도 안될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실 지금은 좀 좌절하기도 했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도 했다. 근데 별 기대 없이 작품을 보고 나서, 큰 위로를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눈물을 글썽였던 건 덤이다.) 조금 느리면 어떤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을. 괜찮아 잘 될 거야, 그런 소리가 들려온 듯하다. 나라도 나에게 잘해줘야겠다는 마음. 다른 누구를 위함이 아닌 나만을 위한 위로. 괜찮아 까짓것 다음에 다시 하면 되는 거지.

 소담님을 보러 여주까지 간 보람이 있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많이 지쳐있기도 한 자신이었지만, 이런 예술작품들은 내게 뜻밖의 위로와 즐거움을 준다. 사실 우리는 모두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인생은 짧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없다. 후회와 좌절로 낭비할 시간과 자원이 내게는 부족하기에 그러니까 다시 또 일어나서 부딪힐 생각이다. 내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 좋은 공연이었다. 코로나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서울 공연 또한 잘 마무리되고 많은 이들에게 힘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짧은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데
얼마나 성공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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