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빛의 벙커 : 반 고흐 - 제주

P.하루 2020. 12.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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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벙커 - 반 고흐

 제주도 성산읍에 위치하는 통신용 벙커로 활용되던 공간을 <빛의 벙커>라는 이름으로 훌륭한 미디어아트 전시공간으로 재창출했다. 벙커라는 공간의 특성상 빛이 새어나가지 않는 형태로 건설되어 있는데, 이러한 공간적 특성이 미디어아트를 전시하기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에 미켈란젤로, 클림트, 고흐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라는 형식으로 공간 전체를 활용하여 공간이 곧 예술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빛의 벙커

 

빛의 벙커 - 별이 빛나는 밤

  • 반 고흐

 유난히 한국사람들은 '고흐'라는 화가를 좋아하는 듯하다. 물론 그의 생에나 작품을 본다면 딱히 싫어할 이유도 없기도 하다. 기구한 팔자. 사후의 명성.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색체.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 충분한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기는 한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왜 유난히 고흐에 열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유의 화풍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감회가 남다르긴 했다. 공간 전체가 고흐의 그림들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의 생 말미에는 그는 거의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조건과 상화들이 그의 작품에 몽환적인 색채를 더욱 가미하는 듯하다. 

 

  • 폴 고갱

  탈인상주의를 시도한 화가. 고흐와의 짧지만 강렬한 우정(또 빠르게 끝이나기도한..)에 대한 일화로 잘 알려져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성격은 괴팍하고 질투심이 많았다고 하나, 정확한 사실까지는 알 수없지 않을까?. 

 그런 그의 성격과 비슷하게 작품세계도 반항적이고 거칠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많다고 느낀다. 어찌 보면 솔직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절제되지 않은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더 임팩트가 줄어들어 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그의 성격이 화풍에 드러났고, 나 또한 그런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얼마간의 동족 혐오(?)가 생겨나 그런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의 벙커

  • 미디어 아트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러한 부분들 중 하나를 우리는 미디어 아트라고 정의하고, 디지털 매체 또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기존에 있는 유명화가의 작품을 스크린에 투사시키는 것이 무슨 예술작품이 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예술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다양한면서도 생각보다 단편적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어찌 보면 정말 치사하게도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러한 방식이지만, 관람객들이 그것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나와의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닐까? 곧 그게 포괄적 범위에서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빛의 벙커

  • 제주도 벙커

  과거 국가간 군사 통신을 위해 활용했던 공간이라고 한다. 일본과 가깝지는 않지만, 해역을 끼고 마주하고 있는 위치기 때문에 해당 용도로 활용된 듯하다. 지금에야 전시장으로 활용되어 이전의 느낌을 거의 체감할 수없었지만, 이전 작전지역 특유의 느낌이 감지되기도 했다. 축축하고, 가끔 소름도 돋을 수 있는 그런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이런 군사시설들이 위치한 곳을 생각해보면 기가 막히게 잘 숨겨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관람을 위해 이동하면서도 여기에 뭐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하기도 했다. 

 하루 빨리 이런 군사시설들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개방 후 난개발은 그것대로 반대하지만, 작전시설들의 공통적인 느낌인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면서도 조화로운듯한 그 감상을 개인적으로 즐기는 편이기에 이런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빛의 벙커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감상할 수 있었고, 공간으로부터 창출되는 꿈 꾸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무질서하기도 하고, 눈살 찌 부려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는 점이었다. 나 또한 그리 성숙한 의식을 지녔다고 할 수 없지만, 가끔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의식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내재될 수 있었으면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 아직은 소원한 일인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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