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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 & 단상 21

[필사] 새벽이 올때까지 - 윤동주

새벽이 올때까지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요。 다들 살어가는 사람들에게 힌 옷을 입히시요。 그리고 한 寢台에 가즈런이 잠을 재우시요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요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 올게외다。 새벽이라는 시간의 특성을 시적으로 잘 표현한 느낌이다. 동양론적 세계관에서의 새벽의 이미지는 어둠의 끝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기이다. 흑과백, 생과사, 빛과 어둠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이미지의 사이에는 새벽이 존재하고, 그러한 새벽이 도래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곧 맞이하게 될 새벽을 준비하면서 '젖을 먹이시오' 와 같은 표현을 통해 힘을 좀 더 모아두거나, 조금만 더 힘을 내볼 것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나팔소리' 를 통해 새벽이후에는 밝은 날들이 함께할 것이라는 희망에 찬..

- 필사 & 단상 2020.12.15

[필사] 또 태초의 아침 - 윤동주

또太初의아츰 하얗게 눈이 덮이엿고 電信柱가 잉잉 울어 하나님말슴이 들려온다。 무슨 啓示일가。 빨리 봄이 오면 罪를 짓고 눈이 밝어 이가 解産하는 수고를 다하면 無花果 잎사귀로 부끄런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겟다。 태초의 아침의 연작으로 쓰인 시이다. 성경과 같이 선악과로 인해 수치를 알게 된 아담과 이브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고, 우리는 이미 죄를 지었고 그 죄를 속죄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땀을 흘린다는 표현은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어떤 것을 바꾸고자 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작품들이라 하면 이런저런 해석을 해볼 수 있는데, 태초의 아침 연작은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감상도 할 수 없는 난해한 시인 듯하다. 종교적인 색채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기에 더..

- 필사 & 단상 2020.12.08

[필사] 간판 없는 거리 - 윤동주

看板없는거리 停車場 푸랕에 나렷을때 아무도없어、 다들 손님들뿐、 손님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看板이없어 집 찾을 근심이없어 빨가케 파라케 불붓는文字도없이 모퉁이마다 慈愛로운 헌 瓦斯燈에 불을 혀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어진사람들 다들、어진사람들 봄、여름、가을、겨을、 순서로 돌아들고、 '윤동주' 의 작품이라 그런지, '간판 없는 거리' 라는 제목에서 부터, 독립운동가들의 은밀하지만 결연한 의지로 독립운동을 실행하고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띄었다. 손님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호객을 위한 간판도 없는 거리에 모여 무언가 계획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그 주변 분위기 또한 티나지 않게 '손님'들을 도와주며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의를 행하고 있음을 보인다. 서로 맡은 역활과 직접 활동 할 수 있는..

- 필사 & 단상 2020.12.01

[필사]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길 문들레가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길은 언제나 새로운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새로운 길을 떠나며 느끼는 감상을 다룬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출발점과 목적지는 동일해보인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작품의 화자와 동일한 상태에 처해져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매일 같은 곳을 오가면서도, 항상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색다른 시도를 도전하고 그 속에서 변화와 기쁨을 발견하고 있다. 이는 철학자 '니체'의 사상과도 비슷한 논지가 투영되어있는 듯 하다. 무한회귀. 무수히 반복되고 있는 우리의 삶이지만 그 속에서 우..

- 필사 & 단상 2020.11.27

[필사] 병원 - 윤동주

病院 살구나무 그늘로 얼골을 가리고. 病院뒷 뜰에 누어、젊은 女子가 힌옷아래로 하 얀다리를 드려내 놓고 日光浴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알른다는 이 女子를 찾어 오는 이、나비 한마리도 없다。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어왓다。그러나 나의 늙은 의 사는 젊은이의 病을 모른다。나안테는 病이 없다고 한다。이 지나친 試鍊、이 지나친 疲勞、나는 성내서는 않된다。 女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花壇에서 金盞花 한포기를 따 가슴에 꼽고 病室안으로 살어진다。나는 그女子 의 健康이―― 아니 내 健康도 速히 回復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엇든 자리에 누어본다。 화자는 마음의 병을 고치지 못해 병원에 온 듯하다. 그곳에서 쓸쓸해보이는 한 여인을 발견..

- 필사 & 단상 2020.11.23

[필사]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불을 켜두 는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延長이옵기에―― 이제 窓을 열어 空氣를 밖구어 드려야 할턴데 밖을 가만이 내다 보아야 房안 과같이 어두어 꼭 세상같은데 비를 맞 고 오든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 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바 없어 가만히 눈 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 니다。 작품이 쓰인 시점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의 심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겠다. 왜 다들 한 번씩 느껴보지 않았는가? 밖에서 이런저런 많은 일들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방에 돌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정말 쉬고 싶은 그 느낌. 쉬고 싶다는..

- 필사 & 단상 2020.11.19

[필사]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눈오는地圖 順伊가 떠난다는 아츰에 말못할 마음으 로 함박눈이 나려、슬픈것 처럼 窓밖에 아득히 깔린 地圖우에 덥힌다。 房안을 도라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壁 과 天井이 하얗다。房안에까지 눈이 나 리는 것일까、정말 너는 잃어버린 歷史 처럼 홀홀이 가는것이냐、떠나기前에 일러 둘말이 있든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거리、어느마을、어 느집웅밑、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어 있는 것이냐、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작고 나려 덥혀 따라갈수도 없다。눈이 녹으 면 남은 발자욱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사이로 발자욱을 찾어 나서면 一年열 두달 하냥 내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몇 편의 필사를 하다 보니, 윤동주의 시에서는 '순이'라는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그렇지만 윤동주는 생전 기록 중 딱히 연인이 있었는지에 대한 ..

- 필사 & 단상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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