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뮤지컬] 빨래

P.하루 2020. 9. 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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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빨래

 국내 창작 뮤지컬 '빨래'. 꽤나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광복절에 부산에서 했던 공연까지 합하면 총 3번 본 작품이기도 하다. 전반적 내용은 '먹고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잘 견디며 행복하게 살아보아요' 정도로 축약할 수 있겠다. 직장생활에 타향살이에 그리고 돈에 치여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봤던 한 은수저쯤 되는 분은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해 나를 경악하게 하기도 했다) 나 또한 온갖 풍파를 겪고 살아왔기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너무 착해 빠졌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부분들도 있어 답답한 마음이 생겼던 부분도 있었지만 노래도 훌륭하고, 어찌 됐건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홍광호, 이규형, 이정은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 '빨래'의 의미

 작품명이기도 한 빨래의 의미는 어쨌든 지워버려야 할 부분 임을 내포하는 것 같다. 원치 않게 생기는 얼룩, 주름, 더러움이지만은 그것을 깨끗이 씻어 없애는 일은 오롯이 내가 해내야 한다는 부분이 아닐까 (솔직히 세탁기가 하기는 한다) 작품의 배경상 손빨래로 표현되어 있기에 더욱 섬세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요즘엔 보기 힘든 장면들이지만, 이웃 간의 소통하는 정,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왜 어린 시절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기도 전에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서둘러 이웃끼리 빨래를 걷자고 챙겼던 기억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사회가 변했기 때문에 지금은 볼 수 없게 된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이에 대해 다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빨래나 하며, 버티면서 계속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 나 또한 그것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남들과 다를 바 없이.

 

* 서점

 악덕 사장이 주인인 서점. 다른 업체(?)도 많을 텐데 왜 굳이 서점을 배경으로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젊은 시절 힘겨웠던 경험이 있던 빵(엄 사장)도 결국 성공하고 나니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직원들, 거래처에 악독하게만 대하게 되는 것을 비꼬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기엔 '서점'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쓸모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책' 하면 왠지 성공과 관련이 많을 것 같고, 또 책이 가진 이미지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선한 편이다. (책엔 선악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담이지만 유독 '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따라붙는 듯하다. 뭐 대강은 납득이 가긴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하는 주체의 자세라던가 태도 그리고 수준이 소비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재중 하나일 뿐인 '책' 그 자체가 아니다. 

 

* 서울살이

 서울에 종종 놀러 가는 편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나라의 수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즐길거리가 몹시 많다. 물론 그만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주로 번화가나 도심 쪽을 돌아다니긴 하지만, 가끔 외곽지역이나 낙후된 지역을 가보면 동네별로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다. 솔직히 그런 곳은 불결하고 다니기에 꺼려지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그 역시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 부분에 대한 불쾌감은 어찌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도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의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돈이 없는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솔직히 내 세금은 아깝다. 그럼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올바른 제도들이 구비되었으면 한다.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정말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아닐까 싶다. '사람답게 사는 것' 내 이웃이 행복해야 나 또한 진정하게 행복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실천은 또 달리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빨래 - 2020.08.15 부산 을숙도 공연

 우리의 생활과도 몹시 가까웠던 이야기이기에 그 여운 또한 길었다. '빨래'라는 작품이 한예종 졸업작품으로 세상에 나온지도 어언 15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세상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열광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슬프고 희망 없는 매일 그렇지만 그중에도  생겨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모두가 그런 '꽃 한 송이'의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조금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서로를 위로해보는 건 어떨까? 

2020.11.14 강동아트센터 예정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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