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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약혼녀 - 체홒

P.하루 2021. 1.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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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녀 - 체호프

체호프의 단편작 <약혼녀>. 한 여인의 변화와 도전을 통한 성장을 다룬 이야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간결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편이었다. 각 인물 간의 심리 변화가 상세히 묘사되지는 않는 편이지만, 선택과 책임 그리고 그 결과까지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있어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어떤 삶이 나았는가 묻느냐면 잘 모르겠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은 인간의 본능 중 한 가지인 듯하다. 시간이 흐른 뒤 나쟈는 변해버린 주변 상황들을 둘러보고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결국 다시 이전과 같은 시간은 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며 작품은 끝이 난다.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게 끝이 나지만 체호프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띄기에 어느 정도 납득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  나쟈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결국 사샤의 꾀임(?)에 넘어가 약혼을 파혼하고, 공부하는 길을 택하는 것을 보고, 저 상황을 주체적이라고 해야 할지 등 떠밀려서 하게 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뭐 과정이 어찌 됐건, 그녀는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러 떠났고 그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좀 민폐를 끼치긴 했지만, 그런 것들로 인해 그녀의 삶이 옥죄였다면 그건 더 슬픈 비극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볼 때 그녀는 확실히 신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녀의 유복한 가정형편에 의해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환경에서도 그저 누군가의 부인으로, 어머니로만 살아가는 여자들이 대다수였던 시대상황을 생각해보자면 확실히 특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진취성을 통해 읽는 독자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듯하다. 

 

  •  사샤

 겉멋 잔뜩 든 지식인이라는 생각이들었다. 스스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보이나 현실의 혹독함에 짓눌려 스스로의 인생을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되었다. 사실 왜 그러한 처지가 되었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아 선 듯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가지 생각해본다면, 몰락한 부유층의 자식으로 태어나, 상실감을 겪고, 그로 인해 사회에 대한 염세를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러한 인식은 자신의 노력과 도전을 무가치한 것으로 탈바꿈하게 만들었고,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 듯하다.

 나쟈에게 변화의 계기를 제공해준 이유로는 자신의 과거를 나쟈에게서 발견했던 것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묘한 기류도 엿보이긴했으나, 일단 둘은 먼 친척관계이니 이는 우정의 연장선상 어디인가쯤인 관계로 보여, 단지 일꺠움을 주기 위해 그러한 행동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실제의 우리 사회의 가장 무서운 부분은 이러한 사회적 무력감인 듯 하다. 나 또한 이 같은 무력감으로 인해, 사샤처럼 삶을 이어가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일어나 다시 세상과 다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바뀌지 않듯, 나의 의지 또한 변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  니나 

 단지 하루를 살아갈 뿐인 나쟈의 어머니. 스스로도 당신의 인생이 불행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을 깨닫고 있으나, 이미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꺾인 상태로 보인다. 어찌보면 사샤와 함께 시대의 과도기를 거쳐오면서 쇠락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에도 현실에 안주한 멈춰버린 영혼들이 많이 존재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 또한 시대의 희생자였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쓰인 시기를 생각해보면 100여 년 정도 전의 이야기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결국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화하려는 사람들의 영혼만이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번엔 인물위주로 감상평이 남았다. 아무래도 단편집에 수록되어있는 작품이었기에 작품의 분량은 짧았지만 시대 상황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 등 간결한 문체로 직접적으로 표현되어있어 읽는데 어렵진 않았지만 인물에 대한 서사적 흐름이 주를 이루어 다뤄진 듯하다. 체홒을 처음 접한 건 연극 <갈매기>를 통해서였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의 세계관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 다소 우울한 정서가 주를 이룬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정작 그는 이를 이러한 내용들을 희곡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운 부분이다. 단편집들 중 아직 많은 작품들이 남았다. 차례로 읽으면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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