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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P.하루 2021. 1. 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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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무간도 1의 후속작이자, 작품 설정상 무간도 1 이전의 이야기. 유건명, 진영인, 황국장, 한침 이들이 인연이 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다루고 있다. 추가로 예 회장, 메리 등 조연 인물들도 포함된 얽히고설킨 각 인물들과의 관계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속고 속이는 과정 속에서 누가 선인지 악인지 누가 누구의 편인 지조차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황이 계속 되지만, 결국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제목 그대로 혼돈의 시대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전작에 비해 다소 지루한 느낌도 다소 들기는 했지만, 다른 형태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매 장면마다 인물별로 디테일한 감정선을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예 회장의 덤덤하고, 냉정하게 모든 일처리를 하는 그 과정 그리고 말미에 그 평정이 무너지는 장면이었다. 나라면 그 중압감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내가 보일 수 있는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하는 생각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했다. 잡설이 길었지만, 여하튼 무간도 2 :혼돈의 시대 또한 내 기억 길이 남음 명작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무간도 2 - 예영효

  • 선과 악

 무간도 시리즈를 볼떄마다 드는 가장 주된 생각은, 과연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는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경찰이 된 조폭, 조폭이 된 경찰.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좋건 싫건 선행 또는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명확한 잣대를 통해 선/악을 구분하는 게 가능할까? 나는 절대적으로 이런 것을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찾아보면 단적으로, 예 회장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착한 사람이기만 한 예 회장은 극악무도한 삼합회의 회장이다. 물론, 그의 폭주가 시작된 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악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뭐 사실 선과 악을 구분 짓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모두 저마다의 악행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게 현대인의 숙명이 아닐까?. '빛을 강하게 쫓다 보면 어둠 또한 짙어진다.'라는 말도 있듯, 항상 적당히가 중요한 듯하다. 다만 선과 악 중 자신이 어디에 가까운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항상 확인하며 살아갈 필요는 있는 듯하다. 적어도 자기 자신을 속이지는 말자. 

 

  • 가족과 신념 그리고 연좌제

 예회장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냉혈한이 되어버린다. [사실 원래 어떤 성격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영인은 예 회장의 이복동생이다. 이로 인해 자신의 경찰 자격에 의심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경찰로서의 자신을 택한 영인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고 모두 그에게 첩자 역할을 맡긴다. 물론 작품 중에서, 가족과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 저울질을 하게 되기도 하면서 내적인 갈등을 표면화 하기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 자신의 출신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아무래도 다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듯해 보인다.
 가
끔 궁금하긴하다. 정의롭고 신념에 가득 차서 절대적 선을 행하고 외치는 사람들(적어도 악이 아닌)이 자신의 가족에게도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다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작년에 있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또 다르더라, 물론 그의 가족의 행동이 정당한 일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건을 분리해서 봐야 함에도 그런 것들을 들먹이는 사람들은 꼭, 자기 가족의 일이어도 똑같이 실천하기를 바란다. 흔히들 가족들로부터 득 본 것은 자신의 실력이나 능력으로 착각하면서도, 가족들로 인해 원망/비난을 받게 되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회피하기 쉽다. 타인을 재단하려 할 때에는 스스로를 꼭 돌이켜봤으면 한다. 아니면 그냥 조용히 있던가.

 

 나쁜놈이 착한 놈이 되고, 착한 놈이 나쁜 놈이 되고, 무간도 2는 정말 혼란스러운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또한 여전하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영화시장이 많이 위축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선과 악을 떠나, 개인적인 좋고 나쁨으로 여러 캐릭터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무간도 시리즈이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속여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나는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거짓말을 잘 못해 이런 일들이 다소 곤욕스럽긴 하다.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에 몰입하여 나도 저런 삶을 살게 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던져주는 작품이야 말로 바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은 대단원의 막 무간도 3을 보도록 해야겠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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