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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간도 3 : 종극무간

P.하루 2021. 1. 2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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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III : 종극무간 - 영화

 무간도 시리즈의 실질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뒤에 4가 나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것을 후속작으로 인정할 수 없다.) 시간상으로는 무간도 1에서의 영인의 죽음 이후를 다루고 있으며,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전환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면서 (조금 애매하긴 하다) 최후에 무간지옥에 빠지게 되는 나쁜 사람. 반면 좋은 사람들이었던 이들은 오히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작품은 막을 내린다. 

무간도 3 - 유덕화 , 양조위

  •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쉽게 스쳐지나갈만한 내용이었지만, 몇몇 인물이 서로가 실제 신분을 모르는 상태로 대치하면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영인과 심 등 그리고 양 반장은 서로 치명상을 입히는 부위를 쏘지 않고, 그를 통해서 이들이 서로 좋은 사람 (경찰) 임을 확인한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지만, 그럴싸하네 하면서 넘어갔었다. 하지만 작품 말미, 양 반장과 심 등 그리고 유건명의 총격전이 일어날 때, 유건명은 자신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서 소리치며, 양 반장의 머리를 향해 발포하여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결국 유건명은 나쁜 사람으로 시작했고, 또 나쁜 사람으로 끝맺음을 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운좋게 캐치할 수 있었던 장치였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작은 습관 하나 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 생활 습관들에 익숙해지면, 후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거나, 혹은 알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됨을 보여준 듯하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아쉽게도 좋은 사람이 되기는 힘든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지만)

 

  • 심리치료

  작중 영인은 첩자역할에 대한 스트레스와 폭력전과를 무마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강제당한다. 이때 만나는 이 심아 박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심리치료사 직업윤리에 의해 이뤄져선 안 되는 관계지만..) 유일한 안식처가 되는 장소와 사람이 되는 과정이 꽤나 재밌고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가장 부럽기도 했다. 나에 대해 잘 몰라도 어떠한 선입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양조위처럼 생겼으면 가능할지도..)

 후에 유건명은 자신이 진영인이라는 망상장애에 빠져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천벌이 내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찌 됐건 스스로의 유약함을 빠르게 인정하지 못하고 조폭 생활을 조기 청산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가장 큰 실수였을 것이다. (경찰학교에도 우수하게 나올 수 있었던 사람이 왜 굳이 삼합회를 택해서 정리하지 못했을까.. 메리 때문이라곤 하나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하다.)

무간도 3 : 양반장

  • 무간지옥

 유건명은 결국 스스로의 과오로 인한 무간지옥에 빠지게 된다. 반면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이들은 대부분 죽어버렸다. 무엇이 나은 삶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다소 씁쓸해지는 결말이기는 하다.

 우리 생활로 이끌어와 보면, 조그마한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덮기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뭐 속담으로는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 도 있고, 나쁜 결과는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오기 쉽다. 더욱이 그런 행동들이 악의 혹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 강한 악의에 잡아 먹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삶이 과연 행복할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간의 이기심을 품어야만 원만히 살아갈 수 있는 듯하다. 집안 자체가 풍족한 상태라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는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그런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겟 또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시련 속에 떨어져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도 '좋은 사람' 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시봐도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의 삶을 투영해보았을 때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고, 또 주요 캐릭터들의 행동과 내적 갈등을 보며, 공감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을 통해 영인이 되었다가, 건명이 되었다가, 한침이 되었다가, 황반장이 되기를 반복했다. 작품 속에서 그들의 삶은 끝났지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어쩌면 인간은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또 선택하면서 어느 순간엔가 자신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을 멈추어 돌릴 수 있는가가 인간의 그릇의 크기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아닐까? 나도 잘못된 것을 알지만 파국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 여파가 어마어마해 아직 완벽히는 수습되지 않았지만,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적어도 내가 어디를 향해가는지 끊임없이 볼 계획이다. 적어도 무간지옥에는 떨어지지 않으리라. 

"환경은 사람을 바꾸지만,
사람은 환경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단하게도 환경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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