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경으로 하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죽음과 영혼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많은 방법으로 다뤄진 이야기에 어찌 보면 진부할 수 있지만, <소울>에서는 영혼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표현해서 인상적이고 감명 깊게 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표현 가능한 표현방법과 장면 전환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어 너무 진지하지도, 또 너무 가볍지도 (애들용은 아닌 것 같다 캐릭터는 귀엽지만) 않은 내용을 품고 있어 입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뭐 결론적으로 '오늘을 살자. 즐겁게'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인 듯하다.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은 다르겠지만 나는 픽사의 작품들 중 단연코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고, 내가 평소 생각하고 지켜나가고 싶은 가치를 객관적으로 확인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 더욱 만족스럽고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 정치적 올바름이 나아갈 길 개인적으로 PC가 묻은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인종차별주의 자라 서가 아니라, 완성된 이야기에 단지 색깔만 덧씌워버리는 그런 작태를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소외받을 수도 있는 이들이, 받을 수 있는 미묘한 차별들을 조금씩 언급해주면서, 그것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대해석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든 자신들의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모습들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모두가 만족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그려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치적 올바름을 멋지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최고의 기회, 최악의 결과
작품 중 조 가드너는 최고의 기회를 얻은 그 날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사실 상황만 두고 보면, 그가 미쳐 날뛰는 상황이 십분 이해된다. 나도 최고의 기회라고 느꼈던 어떤 일이, 결국에는 비극의 서막이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모든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일에서 또 다른 안 좋은 사건이 이어지고,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게 된 적이 있다. 뭐 어찌 됐건 시간은 결국 지나가니까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조를 보고 그때의 생각이 나서 잠시 씁쓸해졌지만, 그 또한 나름의 경험이고 그것들로 인해 원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나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이제는, 그런 최고니 최악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잣대를 어느 정도 거둬버릴 수 있게 된 게 좋은 것 같다. 그게 내 운명이겠지 하는 마음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
-
제리들과 테리 그리고 영혼 시스템
양자역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고차원 존재들이라고 되어있지만, 막상 뭔가 부족하고 가끔은 무능력해보이기까지 한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어차피 제리와 테리는 사후세계와 영혼계(유 세미나)의 시스템을 단지 입력된 명령대로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들의 삶, 죽음 그리고 영혼은 단지 시스템적으로 처리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 인간이 죽고, 영혼이 되고, 사후세계로 흘러가고, 어린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고, 각자의 성격적인 특성을 임의적으로 부여받고 지구에서 다시 태어나는 그런 시스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지전능한 신 같은 건 없을 것이라는 부분은 내 가치관과 비슷해서 더 재미있었다. 또 우리의 성격이라는 게 물론 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다는 설정도 꽤나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그것도 무작위로..) 운명론자인 나로서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재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 꿈과 목표에 집착하지 말 것
-
꿈과 목표에 집착하지 말 것
조 가드너는 꿈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이루고자한다. 그 과정에서 결과가 없으면 자신의 삶은 보잘것없는 것이라며 슬퍼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 꿈을 이뤘을 때, 실망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꿈이었던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것은 이내 곧 일상이 된다. 결국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려는 마음은 분명 중요하고, 그를 통해서 자신을 알아갈 수 있음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면 조와 같은 일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조차 별로 볼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나 또한 목표에 강박을 두는 편이면서도, 또 금세 바꾸기도 하는 편인 것 같다. 뭐 결국 모토는 오늘 하루를 즐겨라.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조 가드너와 영혼22
작품 중 조와 영혼22는 각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의기투합할 수 있었지만, 정작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로가 원하는 부분이 달라 삐걱거리게 된다. 조는 스스로의 꿈이자 목표를 실현하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야만 스스로 가치 있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조가 엉망진창(?)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 아이들 또한 대부분 형식적이게 배우고 있듯, 조도 열심히 가르치는 척하면서 결국 형식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로지 자신의 꿈과 목표 이외에는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상 위험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가 교육자이기 때문에, 반면 영혼 22는 다른 멘토들의 삶을 비웃으면서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살아본 양 행동하는 것 또한 어긋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영혼 22는 여러 멘토들을 만나면서 지식은 늘었지만, 그들의 가르침에 반발하면서 스스로 모든 것을 깨우쳤다고 착각하면서 쿨한 척 현실을 도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잘 풀리기야 했지만, 자신의 목표 외에는 타인을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들도 각자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보다는, 내가 더 우월함을 돋보이기 위한 말과 행동을 더 많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가끔 그런 점이 있었기에 반성해볼 시간이 되었다. 모든 일은 자기가 직접 해보고 그 입장에서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
위인들의 이야기
작품 중 멘토로 등장하는 수많은 위인들은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살아오면서, 범인이 행하지 못한 무수한 업적들을 남겼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대부분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는 경우로 인해 정작 자신은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3자로서 내가 그들의 심정을 알 수는 없겠으나, 단지 그것만의 삶의 목적이었고 이유였다면 꽤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마저도 자신의 행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런 업적을 남겼고 또 위인으로 칭송받을 만한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나 같은 범인의 생각으로는 그 발치조차 닿지 않는 경지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들처럼은 어렵겠지만, 과거의 나보다 오늘의 나가 조금은 더 발전해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며 살아보려 한다. 그게 범인들의 위인과도 같은 삶이 아니겠는가?
-
신비주의자와 길을 잃은 사람들
문윈드를 비롯해 신비주의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한 때 무아지경의 황홀경을 통해 저승세계에 반쯤 걸쳐있는 세계로 진입하여 길을 잃게 된 사람들을 구출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작 문 윈드의 현실세계에서의 직업은 간판 아르바이트. 진정으로 스스로 무언가에 빠져 즐긴다면 현세의 허울과 타인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음을 시사해주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무아지경에 대한 감각을 끊임없이 갈망하지만 그러한 감정과 느낌은 마약과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역치 값이 상승하게 되고 그 이하에서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매너리즘에 빠져, 길을 잃게 되고 마는 사람들. 실제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경우 많은 듯하다. 나도 나 자신에게 도취되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그 댓 갈로 심하게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조금은 깨우친 듯하다. 삶은 기나긴 여정이다. 물론 순간적으로 전력질주를 할 수도, 때론 마라토너처럼 천천히 가야 할 때도 있겠지만, 결국 그 상황에 맞게끔 움직여줘야 하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자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언제나 옳다. 다만 그것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
니체의 무한 회귀
개인적으로 니체를 좋아한다. 무수히 반복되는 인생 속에서 느껴지는 기시감 같은 감정의 파편. 우리는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만 같은 평범한 일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근간이 될 수 있고, 기쁨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는 것 같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며, 마치 우리들 혹은 나 자신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이라면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생각을 해서 잠시 동안 습관을 바꿔보긴 했지만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 듯하다.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을 찾아내며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
영혼을 채우는 마지막 조각
아마도 22번 영혼을 채우는 마지막 조각은, 일상생활의 아름다움으로 인한 충만감과 함께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과 그 속에서 살아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자신의 몸을 통해서 경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감각만큼은 그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에게 적용해봐도, 내 영혼을 충만시키는 무언가가 꼭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22번 영혼처럼 쉽게 쉽게 질리고, 모두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물론 지금에서도 '아 내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이야'라는 생각은 들지도, 할 수 조차도 없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스스로 느껴볼 때, 어제의 나 자신보다 오늘의 나 자신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 내 삶의 연속성과 진취성을 확인할 때 나는 내 삶의 가치와 기쁨을 느끼는 듯하다. 뭐 사실 어떤 것으로 채워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즐겁고 후회 없도록.
거짓말 조금 보태면, 눈물이 살짝 글썽일 뻔했던 작품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쳐서 포기하기도 했고, 세상을 향한 욕지거리를 신나게 뱉으면서 반항하기도 하면서 살아왔다. 물론 지금도 말 잘 듣는 착한 어른은 아니지만.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내가 스스로 가졌던 의문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며칠 안 갔다 이감 정.. 아아 인간이란) 도넛, 버스킹, 사탕, 피자 끝 부분, 단풍 나뭇 씨앗 등 잠깐잠깐 등장하는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람들의 온정을 느껴볼 수 있는 위와 같은 장치들이 각자의 삶 속에도 오롯이 녹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하나둘 씩 모여서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애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지만 지치고 힘든 어른들의 삶을 위로해주는 그런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말 그래도 소울. 영혼을 울리는 그런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하늘을 보거나 걷는 건 목적이 아니야.
그냥 사는 거지"
'- 독서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시라노 - 에드몽 로스탕 (0) | 2021.02.14 |
---|---|
[영화] 흑사회 2 - 두기봉감독 (0) | 2021.02.03 |
[영화] 흑사회 - 두기봉감독 (0) | 2021.01.27 |
[책]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2) | 2021.01.26 |
[영화] 무간도 3 : 종극무간 (0) | 202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