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시라노를 감상하기에 앞 서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해해보고자 읽게 된 <희곡:시라노> 희곡 특성상 재미있는 전개와 풍자와 해학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처음 인문 관계와 상황 파악에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읽은 듯하다. 연극에서 빠진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중극장 규모에서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 더욱 재미있었겠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인물의 외면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뛰어난 외면이 없다면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반드시 지녀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감상으로 부적합한 내용일 수 있으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게 현실임을 모두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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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능력, 태도
작품 중 시라노는 꽤나 출중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소 삐뚤어진 성격을 지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타고난 성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외모로 인해 놀림받기 십상인 삶을 살았기에 자연스레 사람들을 배척하게 되는 것이 몸에 배어버린 듯하다. 또 그런 부분이 그를 스스로를 보다 더 뛰어날 수 있도록 채찍질해준 원동력이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사실 주변인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삐뚤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하고 애써봐도 주변 사람들을 바꾸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다 보니 그냥 자신이 자발적으로 어그로(?)를 끌고 원망과 야유를 받지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듯하다. 외모, 능력, 태도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출중하면 사람들에게 대접받을 수는 있다. 태도가 좋은 사람은 지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어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 능력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게 된다. 외모가 잘생기면?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람들이 호감을 가져준다. 이런 불공평한 세상. 뭐 나는 외모를 가지지 못했으니, 능력을 더욱더 가다듬어야겠다. (태도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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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시라노는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코를 뺀다면) 정작 그는 콤플렉스 덩어리인 듯해 보이지만, 막상 자신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여성들에게 별다른 감흥 없이 대하는 것을 보면 자신 또한 외모로 인한 부분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 다 그렇지 않을까?)
대상을 나로 바꾸어 생각해보니, 나 자신도 어쩌면 과하게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저런 감정 사유(?)는 많긴 하지만, 내가 이룬 것들, 내가 도전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작성해보니, 꽤나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 (외모는, 역시 빼게 된다.) 뭐 여하튼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니까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필요는 있겠다. 시라노라는 가상의 인물 (역사적인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는 있지만)을 보고 나니 그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이미 그와 비슷한 실수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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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하리
사별 이후 홀로 상대를 계속 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그런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참으로 대단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였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작품을 보면서, 시간으로 해소되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내가 이뤄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죽음에 대해서 크게 감흥은 없고, 언제 찾아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는 이런 연인들을 보니, 괜히 두려움이 찾아온다. (있지도 않으면서)
연극을 보기 전 책을 읽었지만, 후기는 연극 후기보다도 더 늦게 쓰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바쁘기도 했지만, 결국 두 가지 방법으로 표현된 (뮤지컬도 있다 하니 나중에 보고 싶긴 하다.) 작품이 주요 흐름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사라노'에게서 내 부끄러운 모습을 너무 많이 발견해서 잠시 덮어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희곡을 읽는 게 참 재밌으면서도, 초반부의 충분한 배경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방식은 여전히 따라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탐독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재밌게 읽은 고전 명작임에는 부정할 수 없겠다.
"류트의 시간은 다시 올 것이니, 지금은 화덕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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