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회 1을 보고 이왕 본거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보게 된 작품. 인간의 본성을 재확인하는데 몹시 유용한 작품이었으나, 역시 그 뒷맛이 개운치 않아 찜찜했지만 배신을 거듭한 이들의 종착역이 어딘지 궁금하여 마저 보게 되었다. 전작에서 쿨하게 멋짐을 연기해낸 지미가 2편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얌전히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지만 역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의해 결국 회장 자리다툼에 합류하게 된다. 우리의 록은 또 회장을 해 먹기 위해 애쓰면서 이야기는 고조되어간다. 결국 예상한 대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최후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누가 나쁜 놈이고 착한 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충격적이고 강렬한 부분이 좀 더 많이 등장하지만 정작 서사 자체는 전작의 재활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잊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 어렴풋이 봤던 내용임이 기억났다. 역겨움과 혐오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부분이지만, 또 막상 생각보다 덤덤히 보게 되었는데, 그만큼 나도 어른(?)이 되어버린 듯하여 뒷맛이 조금 쓰게 느껴졌다. 아무튼 한 번쯤은 인간의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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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달콤한 속삭임
흑사회 1편에서 록은 회장 자리에 관심을 가지는 따이 이를 망설임 없이 죽여버린다. (잘 지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처리한 걸 보면 우발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는 록이 누구보다도 권력지향형 인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랬던 그가 시간이 지났다고 바뀔리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자신들의 후배들을 대상으로 거짓 약속을 일삼으며 회유하고 협박하면서까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고 한다. 권력이 무엇이길래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드는 것일까. 물론 이로 인한 이점은 분명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리스크를 생각지 못하고 눈앞의 이권을 쫓아가는 모습들은 마치 불나방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보다 큰 이권과 편의를 향한 지미의 심경변화도 흥미롭다. 실질적인 권력 없이는 보다 큰 일은 할 수 없는 현실에 출사표를 던지고 권력의 암투 속으로 뛰어드는 그를 보면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같아질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 했다. 나도 가끔은 지대한 권력이 탐날때가 있다. 내 말에 별다른 이견없이 따를 수 있게 하는 힘.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가깝다. 영원히 지속 가능한 권력이 아니라면, 나는 그 세계에 발을 들이기 싫다. 아니 두렵다. 그렇기에 지금 이대로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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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잔혹함
흑사회 2의 명장면(?)을 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용의 잔혹함은 둘째 치더라도. 그것을 직접 마주한다고 가정해볼 때 당사자의 마음이나 그로 인한 공포의 감정. 나 같아도 당장 배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결국 충실한 부하들의 배신으로 인해 상황이 뒤집어지지만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타인에 대한 잔혹함은 한도가 없는 듯하다. 그 화살의 끝의 자기 자신을 향하거나, 실제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그 잔혹함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하다. 자신의 느끼는 고통을 언제나 아픈 일이지만, 같은 일이 타인에게 전해질 때의 고통은 자신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 같은 경우에는 각자의 공포가 전이되는 듯하다. (사실 범죄영화들을 보면 그들은 그런 죄의식이나 공포가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서 동물을 향한 잔인한 장난이 시도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인간의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나와 세상을 구분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여하튼 인간은 생존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문제에도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을 보다 보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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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업자
범죄와 관련된 영화를 보면 청부업자를 쓰는 것을 더러 볼 수 있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아무리 돈이면 다되는 세상이라지만, 이들을 믿을 수가 있을까? 의뢰자보다 돈을 더 주면 언제든 돌아서지 않을까? 고객과의 신뢰를 안 지키면 업계에서 쫓겨나기라도 할지 모르겠지만,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나오는 청부업자도 돈이면 다된다고 하면서 의뢰를 수긍했다가 결국 임무에 실패(?)하고 죽고 만다. (업무 강도 및 처우에 비해 수지맞는 장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극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고 지나가는 게 맞겠지만 가끔 드는 생각을 한번 적어봤다.
실제로 이런 청부업자들이 현실에도 많을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을까? 뭐 보통 일반 사람들끼리야 아예 마주할 일조차 없겠지만 저어기 높으신 분들이라면 때때로 고객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끔 가다 자살 '당하는'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꽤나 쓸 데 없는 이야기였지만 오싹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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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악으로
끝내 회장 자리를 따낸 지미. 그래도 그는 자신이 가졌던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는 모두 누군가의 계획이었으니. 자주 나오는 플롯이지만,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다. 어둠의 세계의 모든 흑막은 사실상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이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트멘과 같은 영웅들이 거악을 무찌르고 차악이 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빛바랜 정의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결국엔 다들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이러한 상황을 관리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수순이지 않을까? 그래서 항상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사람의 그릇된 의지로는 바꿀 수 없도록 말이다. 가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의로운 악(?)을 볼 때면 차라리 현실 사회에서도 그러한 이들이 나름의 정의를 구현했으면 한다. 아무래도 지금 사회는 너무나도 썩어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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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아들
록의 아들은, 1편 말미에서 했던 록의 잔악무도한 행위로 인해 큰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탈선을 일삼게 된다. 2편 마지막 부분에서도 아버지를 극도로 두려워하며 뛰어가는 모습과 록의 최후가 대비되어 보이면서 전환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록의 성격상 표현적으로 좋은 사람인 척 행세하고 다녔기에 아들로서는 크나큰 충격에 휩싸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트라우마로 인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게 탈선이라는 사실이 다소 아이러니하긴 하다. 하긴 이런 상황 속에서 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보니 그냥 멘털이 나가서 되는대로 살아간 듯하여 안쓰럽기도 하다.
범죄자의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들은 자식 된 도리로써 그것에 동조하고, 가족을 지키는 게 맞을까?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맞을까? 더욱이 우리나라는 더없이 극단적인 가족 사회다. 그 어떤 중범죄라 할지라도 가족끼리는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 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범죄자의 가족 사이에 어떤 합의가 오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로남불 하는 성향들과 물질 만능주의를 맹신하는 이들을 보면 분명 그럴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면 이득을 취하되 결정적으로 죄가 드러날 경우 토사구팽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경우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정의라는 것은 선택적 취사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하다.
범죄조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과 그 속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다루고 있다. 때로 그 모습은 너무도 음침하고 잔인하며, 때로는 각자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을 정리하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과연 진짜 정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맴돈다.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역시 범죄는 나쁘고, 죄를 달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그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경우는 거의 없기에 한발 뒤에 서서 '나는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자위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받는 고통의 크기이다. 나의 죄책감의 무게가 아니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또 그런 모습들을 보며 우리의 현실이 더욱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또 한 이런 사 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항상 경계하고 또 깨어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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