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 설경구, 임시완 주연의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요즘 범죄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인지, 플롯 자체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나 잠입 경찰, 악인보다 나쁜 경찰, 흔한 복수 등의 요소를 지니고 있어서, 무간도나 신세계의 내용을 따와서 각색한 수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영화들에 비해 불필요하게 잔인한 장면이 더 나온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장면들이었지만, 악인은 악인일 뿐이라는 이미지 강화를 위해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어차피 킬링타임용으로 봤던 작품이기에, '어, 끝났네' 하고 마무리되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볼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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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이 작품도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아니, 악은 분명히 악인데, 선이 딱히 착하지가 않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욱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은 준 듯 하다.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주변인들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음. 그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이 아닐까? 물론 양심이라는 가림막 밑에 잘 가려져있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건 다 그렇다고 치지만, 최종적으로 악인이 되고자 하는 현수(임시완 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어디를 향하게 될지도, 뭔가 다 마무리는 되었으면서도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 강해서 아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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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의 정
사실 아직도 혈육의 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릴떄 있었던 일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메말라 버린 듯하다. 작 중 현수는 자신의 어머니만을 보고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진짜 그런 삶이 가능할까? 내가 느끼는 현실은 돈 앞에서는 그 어떤 가족에도 무참히 찢어발겨지고, 결국엔 허울 좋은 울타리에 모임 껍데기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느꼈다. 물론 누군가 내게 '너는 그렇게 느껴?'라고 말한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애초에 아버지나 나나 별로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편이다) 할아버지 유산으로 가족들이 해체되는 부모님 세대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각설하고, 부모님의 원수는 나같아도 갚을 거 같기는 하다. 나와 관련된 관계가 내 자의가 아닌 타의로 부서지게 되는 꼴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걸 혈육의 정이라고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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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또 배신
범죄영화의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늘 배신하고 배신한다.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지지만, 범죄는 미화되어서는 안되기에 더욱 그런 요소를 넣는 듯하다. 뭐 실제로 굳이 범죄까지 안 가더라도, 사람 간의 신뢰는 생각보다 얄팍하다. 결국 자신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 (설령 친하더라도)을 잠시 뒤로 배제하는 것은 다들 어렵지 않게 행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돈으로 만난 관계면야 거칠게 있을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반영되어있는 듯하다.
어떤 부분에서 현수와 재호(설경구 분)가 깊은 유대감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천애 고아와 모친 밑에서 자란 청년. 더욱이 자신의 이익과 믿음을 실험하기 위해 부모를 죽인 원수와 교감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현수는 어디를 향하게 된 것일까?..
생각보다 영화평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서 놀랐다. 내게는 뻔한 플롯에 가까웠는데 또 대중적견해는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설경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미친듯한 연기력은 역시 대단했다. 인간의 광기를 제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분이 찝찝해져야 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제 무덤덤하다, 내가 더욱 메말라 버린 것인지, 아니면 작품이 내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뭐 킬링타임으로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믿지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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