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뮤지컬] 스모크 - STAGE-X

P.하루 2021. 6. 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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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뮤지컬 스모크. 온라인 공연 상연 시스템인 STAGE X에서 최초로 상연된 작품. 송출 문제로 작품 시청에 많은 문제가 있긴 했지만, 환불 및 잔여분 상영으로 어찌어찌 다 볼 수 있었다. 처음엔 다소 스토리가 난해했지만 왠지 모르게 분열된 자아의 모습과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내용이 전개되어 흥미로웠다. 이상의 오감도를 모티브로 하여 역시 그런 묘사가 가능한 부분이었다는 생각이었다. 아직까지도 이상이라는 인물과 작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만큼, 다양한 메시지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그러한 작품이었다.

 

  •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뜻이 있다면 무슨 소용이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나는 천재가 아니다. 그래서 솔직히 천재의 마음을 이해할 순 없다. 하지만 저 상황만은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렸을때부터 남다른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만큼 많이 알아보고 시도해봐서 남들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 것을 주변에 나누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봤으나,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물론 내가 천재가 아니어서, 어려서, 그리고 객관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해서 내 말에 신뢰가 생기지 않았음을 이해한다. 또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이 맞았던 것이 아니어서 항상 내가 옳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설령 후에 그게 맞다 하더라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뭐 그냥 그런 것들을 겪다 보니 작품 속 그 천재가 겪었을 고통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천재는 아니지만.

 

  • 거울

거울을 통해 표현을 하는 방식은 참으로 탁월했다. 내가 이해한 거울의 의미는 외면과 내면을 잇는 경계면, 자아의 분리와 같은것을 상징한다고 느껴졌다. 세상과의 소통에서 단절된 주인공은 결국 나쁜 것 좋은 것을 완전히 구분 짓고 독립된 자아로 분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위로받고 싶은 대상과 자신의 업과 절망을 모두 넘겨버린 다른 자아를 자신의 정신세계에 만들어 낸 듯하다. 이 부분이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자, 전체를 관통하는 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거울을 통한 갈등의 해소 연출을 보여주지만, 결국에는 세상으로 통하는 거울 자체를 닫아버린 듯 한 느낌이다.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나도 이러한 아이템을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모크

작품 제목인 스모크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일까 고민해봤지만 명확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생각해보니, 스모크는 허상같은 존재.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린 유령과도 같은 상태라는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를 확립하고 그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하다. 결국 아무리 스스로 뛰어난 자존감을 지녔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고, 또 자연스럽게 각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야만 내가 연기가 되는 듯한 기분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흐릿하게만 느껴진다. 나 또한 그런 연기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대게는 나 자신을 선명하게 인지 할 수 있는 듯하다. 다사다난했지만, 나만이 겪은 무수히 많은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고 느끼고, 또 조금은 그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작품 전개에 있어서는 다소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거울이라는 매체와 연기라는 상징성으로 잘 표현한 듯하다. 언뜻 보면 데미안과 비슷하기도 한 느낌을 받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고 좋았고, 역사 속 한국 위인들을 재조명하는 작품들도 꽤나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더 좋은 작품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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