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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 영화의 전당

P.하루 2021. 6. 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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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 - 영화의 전당

서울 정동극장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찾아온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님을 뵙기 위해 보게 된 작품이었고, 역시나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었다. 원활한 내용 파악을 위해 사전에 희곡으로 쓰인 작품을 읽어보기도 했다. 작품 전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여자 배우들로만 구성된 작품이라 그런지 다소 생소한 느낌도 들었지만 배우분들의 연기력과 노래실력을 바탕으로 뭔가 어색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감상이 될 수 있었다. (어차피 원작도 그렇기에 자연스러웠다) 

 

  • 남자 그리고 여자

작품에는 남성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 여성으로 등장하고, 한 가족과 가정부들로 구성되어 한 집안 내부의 갈등을 묘사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베르나르다라는 강인한 인물 한 명이 가부장적 제도를 그대로 승계하고 있고, 단지 성별만 여성일 뿐 실질적인 가정의 독재자로서 군림하기에 이른다. 그런 점을 생각해볼 때 결국 남자 여자 성별에 의한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구성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찌 되었건 작품에서의 베르나르다는 웬만한 남자보다도 더 강력한 독재를 펼치고, 남자에 대한 멸시에 더해 자신들의 딸이 정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러한 삶을 견뎌내느라 힘들었던 상황이 있었음이 암시되었는데, 결국 그 자신도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씁쓸함이 남았다.

 

  • 억압

  베르나르다의 딸들은 극도로 억압된 삶을 강요받고 그 속에서 서로 감시하고 질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맏언니와 약혼한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는 베르나르다 집안의 딸들 대부분을 홀리게 되고, 그 작은 파란이 억압된 그 집안의 봉인을 풀려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무조건적인 억압과 통제가 모든 것을 잘 다스릴 수 있는 통치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일례로,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상반된 느낌의 두 디스토피아를 제시하며 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억누르면 결국 반대급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삶을 살았던 베르나르다가 이를 모른다는 것은 다소 어리석게도 느껴지지만, 작품의 결말을 보자면 결국 해방의 실패는 또 다른 억압으로 이어지고, 자발적인 포기에 이른다는 슬픈 뒷맛을 남긴다.

 

  • 죽음 그리고 자유

작품은 아델라가 결국 죽음을 택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베르나르다 집안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실패함 혁명과 변화의 말로란 그런 것이다. 어쩌면 과거보다 더 퇴보해버릴 수 도 있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갈망한다. 결국 목숨을 끊음으로써 그녀가 원하는 자유를 쟁취하게 된다. 그래서야 무슨 소용인가 하는 마음도 들지만, 영혼과 육신을 구속당한 채로 자유에 대한 끝없는 기약을 버텨내는 것보다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방법도 많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또, 그런 돼먹지 못한 남자를 갈망하다 그런 결말을 맞이한 아델라, 그리고 다른 베르나르다 집안의 딸들이 처연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도전하지 않는 이들은 그 자유를 거머쥘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봐서 뭐 어떻게든 만족스러웠다. 거기에 새롭게 눈여겨볼만한 배우님을 한 분 더 발견한 것 또한 반가운 일이었다. 작품의 내용 자체는 다소 난해하고 끔찍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묘사되지만, 왜 희곡으로 불리는지 조금 의아하긴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싫어하지는 않기에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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