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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복길 잡화점의 기적

P.하루 2021. 6. 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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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 잡화점의 기적 -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21회 부산 연극제에 출품되었던 <복길 잡화점의 기적> 사실 이름이 살짝 구리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막상 작품을 감상하니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신파가 들어가 있고, 플롯 자체는 뻔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나름대로의 반전 요소를 가미하여 신선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또 유년시절의 추억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배경이 되는 작품이어서 괜스레 반갑기도 했다. (물론 실제 작품의 배경은 내 유년기보다 더 이전이지만, 그 느낌은 비슷하게 느껴졌다) 변하가는 것들과 잃어갈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고, 조금은 씁쓸하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치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통이 동반되는 무수히 많은 질병들과 사건 사고가 있겠지만,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기존의 관계를 모두 뿌리부터 뒤흔들어 버리는 끔찍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본 뉴스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정작 이를 정복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작품에서는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족들이 다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솔직히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만큼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는 길이기에 나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 가족, 변하지 않는 사람들

 작품 중 복길이네 가족은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사실 아프기 이전에 할머니에게는 저마다 소홀히 대했던 부분들이 있는 듯하다. 결국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을 되돌려리고 하는 건 별 수없는 사람의 본성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뭐 결국 사람은 인격형성 이후에는 큰 틀에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느낌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한 세상을 인지하고 그것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확실히 대단해 보이기는 했다. 그것이 가족의 사랑인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 기적

기적이라고 표현했지만,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야기이긴 했다. 우리가 기적이라 말하는 것들은 사실 꿈과도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달까. 뭐 결국 모두가 변하려고 노력했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맞이했다고 느끼며, 이는 곧 기적이 아닌 인과라는 생각이 앞섰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듯하다.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보다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행할 수 있는 작은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누군가는 마치 신이라도 함께하는 것처럼 많은 행운이 따르기도 하고, 그것이 곧 기적처럼 보이기도 할 수는 있다.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내게는 그런 기적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들지 않기에, 결국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개척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감동의 플롯

 관객들을 낚음(?)으로써 보다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치매라는 소재가 워낙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진부한 내용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부분을 한번 더 꼬아서 바람직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듯하다. 짐짓 밋밋할 수 있는 그런 내용도, 아! 하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온 감동을 느끼게끔 잘 연출한 듯하다. 한 가지 든 생각은, 관람 매너가 정말 끔찍했던 운동하시는 한 남성분이 계셨는데, 그 사람도 이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세상에 갇혀 산다. 개개인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다양하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또한 다양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간은 죽을 때까지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너가 똥인 관객 몇을 제외하자면 작품 자체는 좋았다. 다소 뻔한 소재가 될 수 있는 치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름대로 참신하게 표현해내어 감상 후에도 묘한 기분이 일렁이게끔 만들어냈다. 또 연기력 부분도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발성과 호흡 그리고 감정처리로 대사 전달력이 몹시 뛰어났다. 이런 부분이 연극이라는 장르의 무궁무진함이 아닌가 싶다. 우리들의 삶도 어찌 보면 하나의 연극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내놓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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