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으론 개인적으로 2번째로 두고 싶은 작품이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생각/감정/행동을 세부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한 개인이 순간순간 느끼는 욕망/본능 들에 의해 고뇌하게 되는 면까지도 상세히 표현하여, 인간의 순수한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억지스러운 상황도 더러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게이고 특유의 기법을 따라 서술되는 몰입감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장기기증과 뇌사'와 관련하여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대한 메시지를 던져 줌으로써,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장기기증에 대해
개인적으로 주변 정말 친한 사람들이 장기 이식이 필요한 경우 (이식이 가능하다면) 좀 생각해 보겠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장기 기증을 하진 않을 거 같다. 우선 사람을 못 믿겠다, 기증에 필요한 장기만 싹 뽑고 난 다음 남은 사체의 처리는 될 대로 돼라 라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 여러모로 불쾌한 사항이 발생할 여지 자체를 두고 싶지 않다.
- 뇌사의 기준
인간의 뇌는 아직 완전히 구명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외부에서 뇌사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여타 현실적인 조건들로 인해 우리는 뇌사를 판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 몫은 남겨진 사람들 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긴다.
- 그래도 밥은 먹고살아야지
강렬한 감정의 상태가 한순간도 끊임없이 지속될 수는 없다. 일전 내가 살기를 포기하고자 마음먹었던 때에도, 결국 나는 무언가를 먹고, 지나가던 사람을 보고 넋을 놓기도 하는 본능의 찰나를 충실히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슬프거나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잠시 잊은 것이다.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사람들은 그 순간을 보고 지레짐작하고, 판단한다 그 짧은 도피를 가지고 때론 침묵이 같잖은 위로보다 도움이 될 때가 있다.
- 있는 집 자식이라 다행이야.
결국 좀 사는 집이라서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중간에 나오는 심장이 약한 아이는, 희망에 거의 다다른 뒤 갑작스럽게 죽었다. 뭐 사실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있다!라는 무언가의 이야기이나. 돈이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냥 짧은 호흡 한 번의 단신 뉴스로 사라질 터.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냐고? 가혹하고 냉정해도 결국 사실은 사실이다. 누군가는 불편하겠지만.
- 슬프지만 아름답다
그래서 교훈은 무엇일까?
내가 느낀 교훈은 인간의 극한 광기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고 매 순간 다시 나를 찾아오기도 하지만 더 이상 날 괴롭게 하지 못한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극한까지 치닫게 되고 그 결과 하나의 극한 사건과 함께 해소됨과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낀다.
인어는 사실 계속 말을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이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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