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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환자 - 재스퍼 드윗

P.하루 2020. 10. 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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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 재스퍼 드윗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이고, '그 환자'의 담당의가 되면서 생기는 사건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에는 어떤 장르일지 좀 와 닿지 않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왠지 모를 오한이 들었다. 사실 스토리라인이 크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기존의 이야기들에서 차용된 설정이 여러 가지 혼합된 형태로 전개되는 느낌. 정신병원이라는 무대장치 또한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아마도 영화화를 사전에 계획하고 만들어진 작품인 듯하다. 그만큼 인물 심리묘사, 작중 장면 묘사, 시나리오의 흐름 등 자연스럽고 하나하나 강렬하다. 영화로도 기대해볼 만한 작품으로 느껴진다. 

 

* 그 환자

 결국 '그 환자'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면서 작품은 끝이 났다. 초자연적 존재 그 무언가라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의 개연성을 짚고 넘어가자면, 왜 그것이 조의 집에서 시작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설정상 그렇다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늘 원인이 중요한 내게는 궁금증으로 남은 부분이다. 또 '그 환자'는 대상의 심리적인 어둠을 끄집어내어 먹이로 삼는 존재임에도 기본적인 설정과 맞지 않게 때때로 강한 물리력으로 먹잇감을 살해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약간의 이질감을 만들어 낸 듯하다. 스스로가 '괴물'이라는 자각 없이 인간의 형태를 기본으로 지냈는데 (추후 주인공에 의해 제한이 풀려나지만..) 중간중간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내었던 것을 보면 딱히 그러한 제한이 없었다고도 보인다. 또 일반인 이상의 지성을 지녔는데, 거기에 종속되어 있는 것 또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 환자 - 벽장 괴물

* 벽장의 괴물

 동양문화권에서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지만, 서구문화권에서는 꽤나 흔한 아이들의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침대의 괴물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게 진짜로 그런 것이었을 줄이야. 오히려 너무 당당히 밝혀버리니 일말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었는데 정말 그게 괴물이었다. 나쁜 마음을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설정이며, 그에 따라 대상의 트라우마 혹은 깊은 어둠을 자극하여 그것을 양분 삼는다. 처음엔 왜 자꾸 죽이나 싶었는데, 죽음 그 자체가 공포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도 할 수 있겠다 싶다. 조의 몸에 들어가 버린 계기는 조 스스로가 치료를 통해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으로 생각하면서부터인데, 오히려 그러한 행동과정이 '만약 정말로 저런 것이 내 내면의 무언가 이면 어쩌지?' 하는 깊은 어둠을 발생시켜 결국 그로 인해 잡아먹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은 강하게 표현할수록 오히려 그 부분이 약한 모습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섬세히 묘사했다고 느낀다. (나도 정말로 숨기고 싶은 건 오히려 당당히 꺼내어 덤덤한 척 하니 말이다)

 

* 정신과 치료

 가끔 정신분석학 또는 심리학을 다룬 이야기들과 현실을 보면,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도 크다. 간단히 말하면 결국 문제는 돈이다. 우선 대부분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가난하다. 정상적인 치료를 받기 힘들뿐더러 먹고사는 데에 이미 그들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 정신/심리 치료를 받는 데에 많은 장애가 발생하기 쉽고, 결국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악순환은 반복된다. 더욱이 이러한 잠재적 환자들이 그들의 자녀를 키운다고 생각해보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지나친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픈 환자들은 결국 자기 내부의 세계로 숨어 지내는 게 익숙하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그 이상신호를 잘 알아차릴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자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을 버거워하고 기피하고 싶어 한다. 마치 '그 환자'처럼 말이다. (물론 괴물은 그 상황을 역이용했지만..) 어찌 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한 이 분야는 속히 보편적 복지로 제공되어야 할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뭐 사실 기본적으로 사람답게 먹고살게끔 해주는 게 우선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나 또한 환자들 중 한 명으로서 참 씁쓸한 현실이다.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설마 그게 진짜로 괴물이었을 줄이야..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계속된 미스터리함과 긴장감을 잘 표현해내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괴물의 언변에 놀아나며 무너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잘 견디지 않았을까 싶다. (안 통한다고 그냥 찔러 죽여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어둠과 공포를 숨겨두고 살아간다. 너무도 꼭꼭 숨겨놔서 마치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환자'는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가끔은 우리의 어둠을 직접 마주 해보는 건 어떨까? 그 어둠에 잡아먹히기 이전에 말이다. 

"This is a tru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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