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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일은 초인간 - 김중혁

P.하루 2020. 10. 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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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초인간 - 김중혁

 초(?)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를 위안하고 이해하면서 그들 나름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로 기획된 작품이며. 가볍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긴팔을 순간적으로 더 길게 할 수 있는 공상우, 도망의 귀재 민시아,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한 모음, 수학으로 세상을 보는 정인수, 뛰어난 정체 시력을 지닌 유 진, 미묘한 온도차와 통찰력을 지닌 오은주,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지우, 천재 해커 재 이. 이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순 없더라도 그 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제로 실행하면서 느끼는 성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도 외로움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음을 느끼며, 단지 괜찮은 척 견뎌가는 거구나 하고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했다. 

 

* 초인간

 개인적으로 초능력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당연하게도 차별과 관련된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과연 초능력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초능력자들이 절대다수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지금의 소수자들처럼 핍박받을 것이다. 그들의 능력이 어떻든 상관없이. 인간은 그들과 다른 것을 본능적으로 기피하고 혐오한다. 절대다수의 폭력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 까지도 변치 않을 사회적 부조리가 아닐까 싶지만,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물론 위험할 수 도 있겠지만 나는 남들과 다른 것이 좋다. 이왕이면 내가 초능력이 생기는 게 더 재밌겠지만 말이다. 

 

* 필요없는 능력

 정말 상투적이고 뻔한 말이지만 과연 쓸모없는 능력이 있을까? 나도 딱히 이런저런 재능이 특출 나지는 않은 편이고 옛날엔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여긴 적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 뭐 그런 것들도 다 나름대로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갑자기 이야기가 좀 무거워질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별로 살고 싶지 않아 하던 아이였다. 뭐 물론 딱히 죽을 이유도 없으니까 그냥저냥 살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죽을뻔한 고비를 많이 넘겨왔다. 번개에 맞을 뻔한다던지, 차량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뻔한다던지, 신호위반 차량에 치일 뻔한다던지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아직 잘 살아있다. 어느 정도 언제든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음에도 말이다. 이게 초능력이라면 초능력이 아닐까? 고통스럽지만 결코 쉽게 죽지는 않는다는 것. 지금에야 이 또한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고(?) 있다.

 

* 자동화를 통한 감정 격리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이지만 점차 많은 부분이 자동화로 이뤄질 것이다. 심지어는 인간의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적인 요소들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피하려 들 것이다. 사실 이미 많은 부분 그렇게 대체되어있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작품 내에서는 동물원의 개체량 조절을 행하기 위해 자동화를 도입하여 사육사들의 감정적인 괴로움을 제거하려고 시도하지만 어차피 인간을 위해서 행해진 일들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이러한 과오를 똑바로 직시하고 그 고통스러운 순간을 직시하려고 시도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불편한 부분이긴 하지만, 만약 우리가 인간의 필요해 의해 사육된 동물들의 반란으로 인류가 위협받는다면, 나는 겸허히 그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인과응보라 하지 않았는가. 

 

 초능력 물이라기엔 살짝 빈곤하긴 했지만 그래서 더 인간애가 느껴지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살짝 일반적인 사람들과 동떨어진 성향이 많은 편이긴 해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옛날에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한 가지 능력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를 것이냐는 질문. 나는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원했던 것 같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서 그들과 아무렇지 않게 관계하는 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짐작해본다. 지금은 보다 많은 능력이 탐나긴 하지만 뭐 아무렴 어때 지금 이대로의 나도 충분히 괜찮은 것 같다. 

 

"아무도 아닌 자야,
내 너를 네 동료들 중에서
제일 나중에 잡아먹으마.  
이게 바로 네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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