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연극] 바보미소 - 끼리프로젝트

P.하루 2020. 11. 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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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미소 - 끼리프로젝트

 부경대, 경성대역 앞 나다 소극장에서 팀끼리 프로젝트의 연극 '바보 미소'를 봤다. 초기 공연 멤버 배우들을 공연한 무대였다. 시골에서 일어나는 '미소'라는 바보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너무 현실적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슬퍼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배우 중 한 명인 효준이는 내 친구이기도 하고 현재는 서울 쪽에서 연극 /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Play DB에 등재된 배우이기도 하다]. 친구의 공연이라 그런지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된 듯하다.

바보미소 - 미소

  • 바보에 대한 차별

 동네사람들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바보인 '미소'를 괴롭힌다. 오히려 아이들은 '미소'를 싫어하는 듯하게 보였지만 막상 평소와 다른 미소의 모습을 보고는 진심으로 걱정하기까지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른들은 겉으로는 배려해주는 듯 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소를 이용하고, 괴롭히기에 급급하다.  애초에 마음속에서 나오는 죄책감은 거의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타인의 눈치를 보는 수준에서 멈추는 척할 뿐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미소'의 고통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우리들의 민낯이 아닌가 싶다. 결국 자신밖에 모르면서도 남을 위하는 척하는 가식적인 모습.  나도 어린 시절 그런 어른들을 자주 봐왔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누군가는 불편한 골짜기를 건드려서 별로 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해 준 부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 시골인심

시골인심이란 말도 결국 옛말이다. 도시사람들의 무례하고 이기적인 마음들이야 이미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아무런 기대가 없지만, 시골사람들은 지역사회에서 그들 공동체를 위한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동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중요시 여겼지만, 이제 와서 과연 그것이 무엇을 위함이었는지 이해할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사회는 너무도 각박하게 변해왔다. 나 또한 그러한 변화로부터 자연스럽지는 못한 부분이기에 나는 다르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역시 불쾌한 건, 변해버린 사회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모습인듯하다. 우리 모두 적어도 서로에게 솔직해지기로 하자.

 

  • 어른 아이

'미소'는 마냥 바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상황, 엄마를 위하는 마음, 친구들과의 관계 등 나름대로 자신이 어떻게 하면 크게 상처 받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흔적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잇속에 밝지 못했고, 어찌 보면 너무 순수하기도 했다. 모르기에 그랬던 것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더욱 나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약자의 대표성을 띄는 케릭터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 결말을 정말 좋지 않았을 지언정. 솔직히 나도 주변에 힘들고 약한사람들에게 관심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어찌보면 그들에게 나는 방관자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나에게도 나름의 환경과 과거가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를 해본다. 하지만 아이임에도 어른으로 살아가야했던 나에게 고충이 있었 듯, 어른임에도 아이처럼 살아가는 '미소'에게도 나름의 상황적 동질감을 느꼈다. 보통과 다르다는 것은 언제나 외로운 일이다.

바보미소 - 봉암골

 요즘들에 뮤지컬 / 오페라 / 연극 / 클래식 등 가리지 않고 즐기는 편이다. 무엇이 특별히 좋냐라고 하면 솔직히 정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각 장르별로 다른 매력과 재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연극의 매력이라 함은 소시민들의 애환과 삶의 비참함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 많은 듯하다. 거기서 각자에 맞는 공감을 받고, 위안을 삼기도 하는 부분이 연극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작품이 비극적이면서도 해학적인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때론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그런 요소들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바보 미소'라는 작품은 내게는 개인적으로 더 특별하기도 하다. 작품 자체로써는 아니지만 배우 한 명이 나의 절친한 친우라는 것과, 이 작품의 다른 배우한 명과 관련된 중요했던 한 사람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제와 뭘 어쩌겠냐만은, 아직 완전히 말끔히 털어버리진 못한 그런 관계. 물 한 모금 없이 퍽퍽한 고구마를 입속으로 끊임없이 욱여넣는 느낌. 그런 가슴 먹먹함이 아스라이 묻어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날아오는 것은 막을 수 있고.
막을 수 없는 것은 피하면 되고,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고,
흘러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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