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 & 단상

[필사] 슬픈 족속 - 윤동주

P.하루 2020. 12. 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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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족속 - 윤동주

슬픈 족속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츤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흰 수건, 흰 고무신, 흰 저고리, 흰 띠 모두 상복을 상징하는 듯하다. 간결히 정돈된 단 네 문장에 장례식에서 슬피 우는 이들의 모습이 한순간에 그려진다. '발에 걸리우다'라는 표현을 통해 발길이 체 떨어지지 않지만은, 슬픔을 이겨내고 의연히 마음을 추스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유난히 윤동주시인의 작품에는 죽음, 좌절과 같은 어두운 이미지가 자주 활용되는 편이지만, 항상 그것을 이겨내고 무언가 바꾸어 놓으려는 의지가 함께 엿보여서 좋다. 한의 정서를 그대로 품으면서도, 항상 포기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좋은 듯하다. 나는 지금 슬픈 족속의 마음으로 2020년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시기를 얼른 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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