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 & 단상

[필사]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P.하루 2021. 1. 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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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 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죽어서 고향에 돌아온 혼과, 죽어서 돌아온 육신이 조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쉬움과 슬픔으로 쉬이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죽음을 거부하는 이미지. 끝내는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떠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쫓기듯 떠나가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함도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쓸쓸하고 서글픈 감정이 서려 있는 듯 하다.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도망치듯 돌아온 고향에서 자신의 할일이 끝나지 않았고, 이미 피폐해져버린 고향에서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지쳐있는 것을 스스로 자책하고, 어둠을 짖는 개에게 꾸지람을 듣고, 다시 자신의 할일을 위해 떠나라는 내용음 품는 듯도 하다. 역시 여기서의 고향은 일제강점기의 조국을 뜻하는 듯하고, 또 다른 고향은 해방된 조국을 향해서 다시 나아갈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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