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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살고 싶다 - 이동원

P.하루 2021. 1. 1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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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이동원

 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이동원의 <살고 싶다>.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군대. 거기서도 아픈 장병들이 모인 군대 병원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소설이지만 수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 물론 지금 고생하고 있는 장병들에겐 다소 이질적인 부분이 많겠지만, 나는 08년 군생활을 했고, 또 작중 이필립과 비슷한 부분들이 꽤나 있는 나는 공감을 하며 순식간에 읽어 내린 작품이었다. 3년 전쯤 한 번 읽었으나, 우연히 다시 보게 되어 다시 읽었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한번 더 재현해주었다. (역시나 군대 얘기라 그런가 썩 개운치는 않았다)

살고 싶다 - 군대

  • 군대

 군대 이야기를 다룬 소설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 관계자들에게는 그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꼴이니 좋게 바라보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주 독자들은 국가에 의해 청춘을 희생당하는 군인들일 것이다. 뭐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그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가해자로, 누군가는 피해자인 체로 군 생활을 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이 자신만은 남들과 달라고 말 잘 듣는 후임, 착하고 좋은 선임이었었다고, 과거에 대한 미화를 끝 마쳤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조리를 공개한다고 해서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경우 또한 없기에 다들 재미있게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항상 그렇지 않은가,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들은 너무나도 많다. 없어졌던 군대 악습이 한순간에 부활하는 것을 보면 (더욱이 직접 겪지 않은 이들로부터) 인간은 역시나 원래 악하다. 군대라는 곳은 그런 본능이 활성화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 군대에서 아프다는 것

 작품에서 묘사되었듯 군대에도 분명 병원은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군대를 전역한 남성들은 알겠지만, 수술은 무조건 밖에서 해야 한다는 얘기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만큼 아픈 장병에 대한 처우는 여로모로 열악하다. 실제 몸상태, 주변의 눈치, 귀찮음에 절어있는 군의관 등 멀쩡한 사람도 와서 아프게 되어 나가는 곳이 군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에야 많은 개선이 되었지만 뭐 군 간부들의 작태가 바뀌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입대할 땐 우리 아들, 하고 나면 너희 아들'이라는 유명한(?) 격언도 있다. 모두가 이러한 상황에 공감할지언정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전역한 이들에게 군대는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 민다 하더라도 뭐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다 자기가 먹고살기 바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같은 상황은 겪을 이들조차 이런진데, 그 외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그냥 군인들만 불쌍한 것이다. 누가 뭐 라건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기길 바란다. 

 

  •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군대라는 환경상 더욱 비현실적인 상황이었을 수 있겠지만, '선한'은 '소윤'을 짝사랑하지만, 누군가의 장난질로 인해 크나큰 실수를 저질러 버린다. 같은 비주류(?)로서 공감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 같은 비주류들은 항상 조심하고 착각하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 여인들이 좋아하는 남자상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못생기지 않을 것, 말을 잘하고, 눈치가 빠를 것.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 줄 것  뭐 이런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비주류들에게는 수요가 없고, 소위 인기남에게는 수요가 몰린다. 결국 그들이 나빠질(?) 확률이 쉬울 것이다. 뭐 결국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난 다음에야 사랑이 시작된다. 뭐 간단히 말해 이러나저러나 잘생긴 나쁜 남자가 훨씬 더 잘 팔린다(?). 그런 의미에서 '선호'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동정해주지조차 않는, 뭐 결국 각자가 강해질 필요가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결국 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스스로의 인생을 누리고, 또 책임지는 건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영화 - 용서받지 못한 자

  • 전역 그리고 사회 

 어쨌거나, 군대는 전역하면 끝이다. 그 순간을 위해 다들 그 긴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다. 이런저런 나쁜 사고들이 생겼다. 누군가는 나빴고, 누군가는 약했고, 누군가는 무력했다. 군대로 끌려가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자면, 결국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마도 대다수가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 적응하고, 어쩔 수 없는 문제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모든 문제를 각 개인에게로 돌린다. 결국 모두가 불행해질 가능성이 커짐에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 불편함이라던가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나만 아니면 돼' 그렇지만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한 때의 기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자니, 한참 잘못 생각했던 것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어쩌겠는가 결국 각자도생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손을 더럽히지는 않으며 살 것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보다는 씁쓸함이 많이 남았지만, 그만큼 사실적이고, 실제 우리가 사회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비유적으로 묘사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내 세상에 갇혀 취해서 살아간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라고, 내 계획, 생각이 맞아떨어진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적으로 벌인 일은 아니었으니까. 언제부터였는지도 잊어버렸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결국 나의 사람다움을 지워가는 듯하다. 결국 지금의 내 처지는 자업자득에 가까운 것이다. 뭐 따로 후회하거나 확 변해야겠다! 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내 안의 사람다움을 지키고, 조금이라도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자는 내 신념이 희미해진 듯하여 충격이었고 또 조금 슬펐을 뿐이다. 조금 뜬금없지만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의 역사는 아직 쓰이는 중이고, 지금이라도 다시 이전의 '나'로 돌아가면 될 일이다. 

"폭력이 멋지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질 경우
상처와 고통이 있어야 할 자리를 허세와 웃음이 대신한다.
그런 것을 보며 자란 사람은 폭력을 휘두르며
스스로를 멋지다 생각하고 아파하는 사람을 보며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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